[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동행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과 취재 지원 업무를 하던 청와대 직원들을 중국인 경호 인력들이 집단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폭행 가해자의 소속과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현장 경호에 대한 지휘 책임은 최종적으로는 중국 정부에 있다. 정부는 공식 항의할 뜻을 밝힌 상태다. 자칫 국빈 방문 중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문 대통령 방중 동행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이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한국 기업 부스를 돌아보는 장면을 촬영하려던 사진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에 의해 멱살을 잡히고 구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동선을 따라 이동하려던 기자들을 가로막았으며, 이에 특히 사진 기자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나오자 경호원들은 항의하는 기자의 멱살을 잡고 밀어 넘어뜨렸다. 이 장면을 촬영하려 했던 다른 기자는 경호원에게 카메라를 뺏길 뻔했다.
행사장 다른 곳에서도 다른 경호원들이 항의하는 기자를 행사장 밖 복도로 끌고 나가 집단 폭행하고 쓰러진 기자의 얼굴을 발로 차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폭행당한 기자는 얼굴이 심하게 붓고 코피가 났다고 한다.
이 사태에 기자들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도 나서 항의하고 폭행을 저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청와대 직원들까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기자를 폭행하는 경호원을 제지하며 한국 측 경호 요원을 소리쳐 부르자, 경호원들 서너 명이 한 행정관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다른 행정관도 폭행을 말리려다 밀쳐지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 무려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와 청와대 직원을 둘러싸고 집단 폭행한 것이다. 폭행당한 청와대 행정관들은 소통수석실에서 언론 취재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상황이 끝나고서야 한국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일단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폭행당한 사진기자 2명을 대통령 전용 의료진에게 치료하게 했다. 이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 등을 호소했고, 이들을 진료한 의료진은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취재팀을 철수하게 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외교부 관계자들까지 현장에 도착해 상황 설명을 들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중국 측에 폭행 사건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공식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만 “현장 경호 지휘는 공안이 담당하고 지휘 책임은 공안에 있다”면서도 “폭행 부분은 당사자의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폭행 당사자가 중국 정부 측 요원이 아니라 한국 쪽과 계약한 경호업체 직원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가해자가 한국 공공기관에서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일 경우 중국 정부는 현장 경호에 대한 총 지휘 책임만을 지게 된다. 반면 가해자가 중국 정부 측 인사일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자국을 방문 중인 외국 정상의 코앞에서, 수행단에 속한 공무원과 해당 국가의 국민을 폭행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무례이며 큰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응급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정부는 중국 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이나, 폭행 가해자가 중국 정부 소속인지 등의 사건 관련 상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 후 답변드리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