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현금배당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반면 제약·바이어 업종의 현금배당은 거꾸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배당 성향은 기업의 해당 사업연도 총 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하며, 배당 성향이 높으면 회사가 이익을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현금배당 성향이 22.96%로 2014년(20.64%)보다 2.3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 내 의약품업종의 현금배당 성향은 29.84%에서 22.84%로 7.0%포인트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살펴보면 12월 결산 법인 725곳 가운데 522곳(72%)이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상장사들은 매년 현금배당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현금배당을 실시한 상장사 비중은 2012년 62%에서 2016년 72%로 10%포인트 상승했으나, 의약품업종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현금배당 성향은 지난 2014년 30.56%에서 2016년 26.84%로 3.72%포인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제약업종은 15.85%에서 8.06%로 7.79%포인트로 하락폭이 더 컸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제약업종이 현금 확보에 더 적극적인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 시장은 상장사가 현금배당을 늘리는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제약업종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더 주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실제로 현금배당과 R&D 투자 간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중 2016년에 R&D 투자를 많이 한 20곳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현금배당을 줄이거나 전혀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한 셀트리온은 매출액의 39%인 264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에 이어 R&D 투자 규모(1626억원) 2위인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대 들어 2015년에 결산 배당으로 한 차례만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한미약품에 이어 R&D 투자 규모(1170억원) 3위를 기록한 녹십자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다.
100억원대를 유지해온 배당금 총액이 2015년 200억원을 넘어섰지만, 이듬해인 2016년 다시 143억원으로 하락했다. 이례적으로 현금배당이 늘었던 2015년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해이다.
대웅제약(4위·1165억원)도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배당 규모는 80억원대에서 60억원대로 감소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6위·865억원)도 2014년 배당금 규모가 180억원으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205억원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변동이 없었다.
동아에스티(7위·726억원)도 2013년부터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2015년 80억원까지 늘어난 배당금 규모는 2016년에 42억원으로 줄었다.
이 외에도 중소형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 이상인 부광약품(18.4%)도 최근 몇 년 간 배당금 규모가 축소됐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추세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과거 제네릭(복제약) 개발처럼 내수에만 국한됐던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R&D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쌓아둔 현금을 배당보다는 R&D 투자에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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