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지난해 현대차의 많은 차종 가운데 1톤 트럭인 포터가 그랜저에 이어 국내 판매량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아차의 경우도 1톤 봉고가 6만대 넘게 판매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수립했다.
1톤 트럭은 통상적으로 이동식 과일판매상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수단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지난해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은 물론 금융과 서비스까지 대부분의 업종에서 인력 감축이 진행돼 퇴직자들이 1톤 트럭을 이용한 창업에 뛰어들면서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포터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10만1423대가 판매되며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에 이어 판매량 2위에 해당된다. 국내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긴 차종과 그랜저와 포터 단 2종 뿐이었다.
기아차의 봉고도 지난해 6만3613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판매량이 8.9% 증가했다. 포터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판매실적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내수경기 부진과 판매모델 노후화 등으로 실적 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신형 그랜저가 선전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주요 볼륨모델들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상용 부문의 포터와 봉고는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올해 들어 포터와 봉고의 구매 수요는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의 경우 구매계약을 맺으면 평균 2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차를 인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은 경기가 위축될수록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경기후퇴로 실직자가 많아질수록 영세 자영업에 뛰어드는 인구가 늘기 때문에 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쓰는 1톤 트럭의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는 것이다.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지난 2009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포터는 지난 2008년 판매량이 6만4422대에서 2009년에는 7만8846대를 기록했고 2010년 이후에는 꾸준히 9만대를 넘겼다. 봉고도 2008년 판매량이 3만9638대였지만, 2009년부터는 계속 4만대 넘게 판매되고 있다.
최근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이 더욱 증가한 것은 실직에 따른 생계형 창업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00만명에 달했던 자영업 인구는 한때 530만명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약 60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실직자가 늘어난 데는 고용인원 수가 많은 조선업 등이 업황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현대중공업은 3500명, 대우조선해양은 3300명의 직원을 각각 감소했다. 삼성중공업도 2700명을 감원했고, STX조선과 성동조선도 각각 1200명, 700명의 인원을 축소했다.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제조업에서 금융권 등으로 확산되면서 포터와 봉고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들은 약 3000명의 직원을 감축했고, 올해 들어서도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아울러 내수경기 부진으로 자영업 폐업률이 늘어난 점도 포터, 봉고의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자영업 폐업자 수는 전년대비 15% 증가한 91만명에 달했다.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 등에 허덕이다 결국 점포를 접은 자영업자들이 이른바 ‘길거리 창업’으로 전환하면서 적재용량이 많고 운행이 쉬운 1톤 트럭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가 주로 노점상이나 과일 행상, 푸드트럭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