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국민연금기금의 출자를 받은 벤처캐피털(VC)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연일 정부의 관련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연금의 일부를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은 모순적인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26일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금을 출자 받은 벤처캐피털 펀드 2곳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약 2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투자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두나무(업비트),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코빗(코빗), 코인플러그(CPDAX) 등 4곳이다.
투자금액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두나무(업비트)에 12억3900만원,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에 3억9000만원, 코빗(코빗)에 6억3000만원, 코인플러그(코인플러그)에 3억5400만원 등이다.
특히, 두나무와 비티씨코리아닷컴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나 중소벤처기업부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정사업본부는 벤처캐피털 펀드 3개를 통해 총 8억7000만원을, 중기벤처부는 벤처캐피털 펀드 16개를 통해 36억4000만원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 의원은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가 ‘도박’이라며 국민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하면서 국민연금 등 부처가 간접투자를 벌이고 있으니 누가 정부 대책을 신뢰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잇따른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와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벤처투자는 다수 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펀드에 참여하는 간접투자(위탁투자) 형태”라며 “위탁운용사가 투자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재무적 투자자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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