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의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지난 14일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등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등의 재선임안이 포함되지 않은 정기주주총회 이사선임안을 상정했다. 이들은 21일 임기 만료로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후임으로 이원우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부사장, 윤여성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올릴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차도 이사로 재직 중인데, 임기는 각각 2019년 3월, 2020년 3월 만료된다.
공교롭게도 지난 14일 현대글로비스는 9.29% 급등 마감했다. 또 현대모비스가 2.23% 상승했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63%, 0.77% 올랐다.
정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이 빠지면서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KB증권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올해 중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수혜는 현대글로비스가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이제 시작이다’라는 리포트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반조립제품(CKD) 사업부를 매각한 뒤 매각 대금을 이용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대신 글로비스가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춰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정의선 부회장→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한 포석이 놓일 것으란 판단이다.
때문에 이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비스에 몰린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오는 2019년 이후에는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2018년이 재편 적정 시기라는 게 KB증권 분석이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경영진은 주력차종 신차출시에 힘입어 2019년 현대차그룹 실적 개선에 대해 기대감이 높다”며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지배구조 변화에 적절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점은 2019년 이후보다 올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결정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은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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