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조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 사외이사인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넘기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리는 이사회부터 박 의장이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효성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던 조 회장이 의장 자리는 내놓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투명경영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조 회장은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시장과 소통확대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투명경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효성은 지난해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올 초에는 윤리경영과 감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와 거래 규정, 직무 규정을 신설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의장직 사임에 대해 효성의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이전의 분식회계 및 지배구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시민단체와 의결권 자문기관 등이 오너 경영진을 문제 삼자 이를 고려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조현준 회장은 200억원대 자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라 이를 상당히 의식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조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와 관련한 수백억원대 손해 혐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자 시민단체는 효성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효성 오너 일가의 문제와 관련된 검찰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효성의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결권 자문기관을 표방하는 일부 단체는 조 회장의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까지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여론의 추이가 효성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현준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는 투명경영 체재 구축을 위한 방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경영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권을 외부 인사에게 양보해 오너 일가의 권한독점에 관한 일부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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