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주사 체체로의 전환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일 증시에서 코스피가 하락장이었던 것과는 달리 현대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전날 대비 각각 2.96%, 2.52%, 3.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배경에 대해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몽니’를 부렸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발표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미화 10억 달러(1조5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주식을 각각 4820억원, 8703억원, 8714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며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엘리엇은 “이런 사안에 대해 경영진과 이해 관계자들이 직접 협력하고, 나아가 개편안에 대한 추가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5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국내에 알려졌고, 2016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때문에 엘리엇의 이번 지분 매집은 향후 진행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체제 전환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3일 종가 기준 71조원으로, 엘리엇의 현재까지 지분은 1.4%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당장 반대하지 않고 계열사별 주주 친화 정책을 구체화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의 실익보다 계열사의 주주 친화 정책이 이뤄졌을 때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현대차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주주 친화정책이 나올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논평을 통해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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