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참여연대가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특수활동비 공개’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국회 사무처가 끝내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해 파장이 일파만파다.
국회 사무처 측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국익을 해치고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억지라는 지적이다.
9일 국회와 법원 등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최근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면 국회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사무처 측은 “행정부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수행자, 방법, 시기 등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면 국회의 행정부 감시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활동비 수령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국민의 알권리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국회사무처의 주장에 대해 소소을 제기한 참여연대 측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살펴보면 교섭단체 운영지원, 국감 활동비, 상임위원회 활동비, 국제회의 참석 등 ‘특수하지 않은 항목’이 대부분이다.
특수활동비 편성이 가능한 ‘기밀성을 요하는 정보수집과 수사활동과 그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과 무관하다. 통상적 국회 활동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포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익 운운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회 특수활동비가 영수증 첨부 없이 국회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 쓰는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이와 관련 지난 2015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며 받은 특수활동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했고,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를 아들 유학비에 보탰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가 소송을 낸 것은 이 같은 부조리를 바로잡자는 취지였고, 법원의 판결은 그 당위성을 확인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유용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정부는 특수활동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 왔다.
아울러 청와대 등 정부는 올해 전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18% 가량 삭감했고 내부 집행지침을 마련해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기밀유지에 필요해 증빙을 생략할 경우 감사원이 추후에 부처별 특수활동비 집행을 점검하도록 하는 장치도 뒀다.
하지만 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질타해 온 국회가 자신들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고 참여연대 측은 꼬집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면 개선을 약속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넘어가기를 되풀이해 왔다”며 “정부의 특수활동비 개선 요구에 앞서 국회가 먼저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사용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