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한 중견 제조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지난 몇 년 간 월급이 270만원에서 300만원 가량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월급 증가에도 실제 생활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가계부를 분석하던 그는 깜짝 놀랄 비밀을 알게 된다.
그가 이 같이 느꼈던 배경에는 아파트를 장만하며 생긴 대출금 이자와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세금 등이 그 주범이었다.
실제로 가계 소득은 다소 증가했지만 대출 이자와 사회보혐료 등을 감안하면 실질 가처분 소득은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6%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2.3%)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된 것이다.
2015년 3분기부터 2016년 2분기까지 변동이 거의 없었던 가계 실질소득은 2016년 3분기(–0.1%)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어 2016년 4분기와 2017년 1분기에는 감소율이 –1.2%로 더 확대됐다.
그나마 지난해 2분기(-1.0%)와 3분기(-0.2%)는 감소율이 줄어들다가 지난해 말 증가세로 전환 된 것이다.
하지만 가계의 실제 구매력과 관련이 깊은 실질처분가능소득은 여전히 부진했다. 실질처분가능소득은 가계의 소득에서 이자, 사회보험료,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다.
가계의 실질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4분기 2.8% 감소했다. 실질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15년 4분기(0.8%)를 끝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감소폭이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분기 가계의 실질처분가능소득은 –3.1% 그리고 3분기에는 –5.1%로 감소폭이 커졌다.
실질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은 세금, 사회보험료와 같은 비소비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3.1% 늘었지만, 비소비지출은 더 큰 폭인 12.5%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소비지출에서는 연금(3.8%), 사회보험료(3.7%), 이자비용(7.7%), 가구 간 이전지출(46.7%) 등의 증가율이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실질소득 증가는 내수 진작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며 “실질처분가능소득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어서 가계소득 개선 추이가 지속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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