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으며 구속 8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에 따라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비상경영을 마치고, 신동빈 체제로 정상화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이후 황각규 부회장과 유통·화학·식품·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해왔다.
또한 신 회장의 석방으로 롯데그룹은 활기를 띄게 됐다. 그동안 멈춰있던 10조원 규모의 M&A(기업 인수합병)과 해외투자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총수 부재로 투자 시계는 거꾸로
롯데그룹은 이번 항소심 결과로 다시 미래 사업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는 최근 몇 년 간 해외사업과 국내외 인수합병(M&A)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미래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올해에는 인수전 참여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10여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검토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인수 프로세스 참여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였다.
그동안 롯데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확대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롯데그룹의 연간 투자규모는 평균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지난 2016년의 경우 투자 규모가 10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지난해 투자규모는 7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의 경우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투자규모가 5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규모만 놓고 본다면 롯데그룹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투자가 20.5% 줄어들면서 롯데그룹은 30대 기업 가운데 투자증감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 회장 복귀로 ‘해외 투자’ 속도
그동안 롯데그룹으로서는 신 회장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올해 베트남 제과업체와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베트남의 호텔체인, 유럽의 화학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해왔으나 실질적인 진행이 멈춰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 이었던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지연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지난 2016년 신규 법인(PT Lotte Chemical Indonesia)을 설립해 약 50헥타르(ha)에 대한 부지사용권한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토지 등기 이전까지 완료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 대규모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은 예상 투자 규모만 약 4조원에 달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다.
만약 투자가 이뤄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新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한국-인도네시아 경제 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해당 사업은 계속해서 지연된 상태였다. 사업 투자에 대한 결정을 총수의 판단 없이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먹거리 창출 위한 M&A도 탄력
롯데그룹은 그동안 총수 부재로 미뤄져왔던 M&A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2016년 검찰수사로 인해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포기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롯데가 인수를 추진했던 액시올은 롯데가 인수하려던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약 4조4000억원)에 미국 웨스트레이크에 인수 합병됐고, 회사 가치는 급등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큰 의사 결정에선 오너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의 부재는 사업 타이밍을 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려했다.
신 회장은 총수 자리로 복귀한 뒤, 신규채용과 투자계획을 새롭게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조만간 새로운 청사진을 발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향후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총 40조원 투자 계획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 체질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총수 자리가 장기간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그룹의 여러 현안을 먼저 살피고, 세부적인 계획은 차차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