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GM 본사 측이 한국GM의 R&D(연구개발) 부문을 법인 분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 노사와의 중재를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여당 대표의 “민주노총은 너무 일방적”이라면서 “대화가 답이다”라는 발언이 나오며 상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산은의 중재 노력했지만 ‘노조’ 역풍 맞아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R&D 법인 분리 논란과 관련해 한국GM 노사에 제안했던 ‘3자대화’가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산업은행이 3자간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가 조건부 참석을 제안했다. 노조의 제안에 지난 12일 한국GM은 협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이유를 들어 산업은행에 양자간 미팅을 역제안했고,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하며 결국 노조는 법인분리 관련 논의에서 제외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3자가 참여하는 미래발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노조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GM 노조는 ▲산은-GM본사간 주주간합의서 공개 ▲실사보고서 공개 ▲노사 합의시까지 산은의 잔여 지원금 투입 중단 등과 함께 교섭 형식을 전제로 참여하겠다는 요구였다.
앞서 노조는 법인분리가 결국 고용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사측에 특별단체협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특별단협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동안 법인분리 반대와 특별단체교섭 요청 등에 대해 강한 입장을 펼쳐왔던 한국GM 노조는 “요구가 거부당한다면 투쟁을 선택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영표 “노조의 폭력성..중재 노력조차 어렵계 만들어”
이 같은 상황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SNS에 한국 지엠 법인분리와 관련 노조의 강경 투쟁에 비판해 관심을 끌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역구 사무실 점거농성과 관련 “노조도 상황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극단적인 투쟁 방식,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지엠 노조가 제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을 며칠째 점거하고 있으며, 지난 5월과 다른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조율하고 중재하는 일조차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의 주주총회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고, 한국지엠 사장을 감금하고, 교섭 테이블에서 폭력을 행사 했었던 과거의 일들이 오히려 문제를 계속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폭력이 아니라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력행위라며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노사관계가 지속되면 결국 철수의 빌미만 제공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노조는 법인 분리 싸움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결국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법인분리 싸움을 통해 신설 법인의 지위, 부평 2공장 물량 확보 문제, 추가 투자 약속이행 여부 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지엠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소통하지 않으면 답은 없다”며 “한국지엠 노사 모두 조속히 대화의 장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각자 입장차에 타결 가능성 ‘희박’
한국GM은 다음달 3일까지 법인 분리 등기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여전히 산은이 요구해온 핵심 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은 신설 법인의 경영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요구했던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화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조의 전향적 자세도 산은의 중재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핵심 요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부터 파업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조는 홍 원내대표의 지역 사무실 점거 농성을 진행하는 등 대화보다는 오히려 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GM 노사가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산은이 양측과 대화한다 해도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은은 대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이미 예고한 법적 대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산은은 지난달 법인 분리 주주총회 참가를 막아선 한국GM 노조를 최근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법인 분리 의결 이사화에서 찬성표를 던진 한국GM 이사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배임 혐의 형사고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