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지난 2015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10억 달러(한화 1조1천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번에는 두 배에 달하는 20억 달러(2조2500억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그동안 매년 5천억원 가량씩 현재까지 누적적자 1억7천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황까지 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손 회장의 투자 결정으로 ‘회사 바로서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통 큰 투자 다시 나선 이유는?
21일 쿠팡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지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의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 뒤 이뤄진 추가 투자다. 이는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손 회장의 이번 추가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세계 5위 규모로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손꼽힌다. 쿠팡은 한국 최대의 이커머스 업체로 2018년 매출은 2년 전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부각되는 청년 CEO 김범석 대표
이번 손정의 회장의 과함한 투자는 쿠팡 김범석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한 것이다.
김 대표가 그간 추진해온 사업들은 종전 이커머스 시장의 상식을 뒤흔들었다. 당연히 외주를 주는 것으로 인식됐던 배송을 직배송으로 바꾸며 ‘로켓배송’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커머스를 유통업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쿠팡을 연구개발(R&D)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김 대표는 아직 30대다. IT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원터치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유통강자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앞으로도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쿠팡의 미래는?
쿠팡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어느 기업보다 많이 만들어냈다. 지난달 ‘로켓와우클럽’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중순에는 ‘쿠팡이츠’를 선보이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로켓와우클럽은 멤버십 서비스로, 로켓배송상품 무료 배송·30일 이내 무료 반품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론칭 1주일 만에 15만명이 가입했다.
쿠팡이츠는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로 앱에서 음료나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함으로써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잠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조만간 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자체 배송 인력 외에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양만큼 배송 업무를 할 수 있는 ‘쿠팡플렉스’도 시행 두 달여 만에 10만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쿠팡은 고객의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쿠팡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상품은 물론 서비스까지 보다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고객의 삶을 바꾸는 것이 쿠팡의 비전이다.
고객의 사용 패턴을 데이터화한 머신러닝 기술은 추천받은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어 쇼핑 시간을 줄여준다. 이 기능을 통해 올해 3분기에만 500만 개의 상품이 고객들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재투자로 쿠팡과 ‘로켓맨’ 김범석 대표가 일으킬 새로운 변화에 이커머스 업계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