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기존 석유사업 부문을 넘어 화학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화학사업은 어느새 정유사들의 일년 매출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치를 차지할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부문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화학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때문이다. 정유사업만으로는 불확실성이 큰 유가변동과 같은 대외 리스크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화학사업을 진행했던 기존의 화학 관련기업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해가 갈수록 정유회사와 화학회사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모습이다.
정유사에 화학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어느새 정유사들에게는 화학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 8359억원 가운데 41%인 3455억원이 화학사업에서 발생했다. S-Oil도 영업이익 3157억원 가운데 32.3%인 1021억원이 화학으로부터 나왔다.
아울러 GS칼텍스도 영업이익 6360억원의 21.7%인 1384억원이 화학에서 발생했다. GS칼텍스의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직전인 2분기 대비 무려 130.9%나 급증한 수치다.
정유사 화학사업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품은 파라자일렌(PX)이다. 원재료가격과 제품가격의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가 PX부문에서 강세를 보여 정유사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에 크게 도움이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X공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PX시황 호조가 3분기 견조한 영업실적을 이끌었다”며 “화학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데 이는 PX마진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화학전문 기업들 영역까지 확장
정유사들이 화학사업을 통해 생산하는 주력 제품은 PX고, 전통적은 화학전문 기업들은 주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유사와 기존의 화학사는 석유화학에서 제품이 중복될 일이 없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유사들이 대거 NCC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화학사들과의 경쟁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NCC는 납사(Naptha)분해시설로 화학사의 주된 설비다.
이와 관련 S-OIL은 지난 8월에 에틸렌과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스팀 크래커’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다운스트림’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총 투자 규모는 5조원이다. 가동이 시작되는 시점은 오는 2023년으로 예정돼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연간 에틸렌 75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오는 2021년까지 완공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GS칼텍스 역시 지난 2월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에틸렌 7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 설립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1970년대부터 NCC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NCC신규 증설은 당분간 없을 것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사들이 화학부문까지 진출하는 이유는?
정유사들이 전통적인 화학사들만 생산했던 제품까지 생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다.
정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유를 가공해 제품을 만들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인 ‘정제마진’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제마진은 원유가격에따라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때문에 정유사들은 다른 사업군을 만들어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수익성에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S-OIL 관계자는 “화학사업은 납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화학사들의 주력 품목인 에틸렌생산까지 정유사들이 뛰어든다는 것은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경계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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