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수입 모두 줄어...‘디플레이션’ 우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6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뒷걸음질’ 추세다. 수출이 두 달 연속 뒷걸음질 친 것은 지난 2016년 9∼10월 이후 처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 감소폭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484억6000만 달러였다. 1월 수입액은 450억2000만달러로 1.7% 줄었다. 무역수지는 13억4000만달러로 84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전년 월 평균 59억달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흑자폭은 줄었다. 역대 우리나라 무역에 있어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등 통상여건과 반도체 가격,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라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중심으로 1월 수출이 줄었다”며 “다만 이번 수출 부진은 경쟁력 문제보다는 경기 순환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반도체 급감...韓 수출 ‘직격탄’
1월 수출 감소에 직격탄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한 반도체(-23.2%)와 중국 수출(-19.1%)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는 수출 단가가 급락했다. 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투자 연기 및 재고 정리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다. 특히, 주력 제품인 D램(8Gb) 메모리 가격은 전년 대비 36.5%, 낸드(128Gb)는 22.4%나 급락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월 최고치(124억3000만 달러)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1월 반도체 수출은 0.7% 줄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의 26.8%를 차지한 대중국 수출은 무려 19.1%나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무협협회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수요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이라며 “반도체·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감소폭이 컸다”고 말했다.국제유가 하락도 ‘한 몫’
국제유가 하락도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됐다.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호황이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단가 하락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 5.3% 감소했다. 아울러 선박(-17.8%), 디스플레이(-7.5%), 무선통신기기(-29.9%), 섬유(-3.3%), 컴퓨터(-28.2%), 가전(-0.3%) 등 주력 9개품목 수출이 줄었다. 수출이 증가한 분야는 일반기계(1.7%), 자동차(13.4%), 철강(3.3%), 자동차부품(12.8%) 등 4개 품목에 불과했다.글로벌 경기, 전체적으로 위축
한국 수출의 이같은 부진은 이웃나라들의 실적과 연계해 살펴보면 단순히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4.5%), 일본(-3.2%), 대만(-3.0%), 싱가포르(-4.1%) 등 주요국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수출부진은 단가하락 원인이 크다. 수출 물량은 8.4% 늘었는데 수출 단가가 13.1% 하락했다”며 “수출 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체 가격과 국제유가 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