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물류협력, 해운이 철도 보다 더욱 경제적”
“남북 물류협력, 해운이 철도 보다 더욱 경제적”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9.02.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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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해운이 경제성·전략적 가치 더 높아”
출처=청와대
출처=청와대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최근 남북철도 연결과 한반도 육상물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희망이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철도보다 항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운이 경제성·전략적 가치 측면에서 철도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으로, 이같은 입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이 민간 정책 연구재단인 여시재의 주간 인사이드를 통해 밝혔다. 주간 인사이드에 따르면 남북철도의 연결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70여 년간의 고립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물류가 연결된다는 일인 만큼 관심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100년 전 손기정이 한반도에서 철도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던 일을 회상하며 이제 그런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희망하면서 다가오는 북미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혈맥이 제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적 요인과 전략적 지점이 있다.

중국, ‘일대일로’ 후에 해운 비율 더 높아져

일반적으로 물류에서 철도는 중거리, 중가(中價)의 화물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물류수단을 정확하게 거리와 가격을 기준으로 나누기는 어렵지만 주로 400~500km 미만의 단거리는 차량, 500~3,000km 정도의 범위는 기차 그리고 그 이상은 선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물류 수단별로 해당 구간에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철도가 화물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도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북으로 제일 긴 경부철도의 길이가 450km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6%가 해운을 이용한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단절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렴한 해운을 이용한 가공무역이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수출입 물류에서 해운, 철송, 육송 등의 비중은 과연 어떨까?

최근 미국 국가전략연구소(CSIS)발표에 따르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물류 부분 성과 평가에서 2007년 중국-EU간 수출입 물동량이 해운 92%, 철송 0.8%로 해운이 압도적이었다. 10년이 경과한 2016년은 해운 94%, 철송 0.9%로 오히려 해운의 증가율이 높았다. 참고로 이 기간 중국은 일대일로 활성화를 위해 철송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는 물류의 양적인 측면에서 철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철도 경제성 철저히 따져봐야

우리나라 수도권을 기점으로 한반도 철도의 경제적 운용범위를 정해보면 대략 중국의 베이징, 중국-몽골 국경 지역 그리고 러시아 극동의 하바롭스크 정도까지이다. 여기에서 철도수단의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철도 현대화 비용은 엄청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우리가 북한의 철도에 대해 투자를 할 경우 과연 그 경제성을 담보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점이 있다. 물론 남북의 혈맥을 연결하는데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있는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동의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가슴과 아울러 냉정한 머리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객부문에서 철도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노선 중 적자가 아니고 흑자를 내고 있는 구간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시내 전경./출처=픽사베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시내 전경./출처=픽사베이
대부분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반도가 남북으로 철도가 연결되면 항공으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중국의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기차로 최소 20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가면서 가게 될까 하는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철도는 궤간뿐만 아니라 신호, 통신, 전력, 건축물 등 대부분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서 어느 한쪽으로 표준화를 시키는 일이 남아 있다. 아니면 현 상태에서 국경역 마다 환승 혹은 환적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철도를 이용할 경우 비용 발생과 시간 지연은 불가피하다. 철도는 이러한 이유들로 공공재로 인정되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북한이 요구하는 철도시설 투자는 우리가 한 번 더 냉철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북한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를 우리가 담당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철도공사가 과연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자비 회수는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 것인가? 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도는 우리 돈 들여 개발해주고 항만 운영권은 중·러 등 3국으로 넘어간다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또 있다.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같이 점선면(點線面) 전략에 의거하여 항만 중심의 경제특구를 우선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항만은 국가의 거버넌스 구조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민간재로 간주된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은 외국자본이 들어와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5위권 항만인 부산항 신항은 대부분 외국 항만운영사가 임차 혹은 개발권을 획득하여 운영하고 있다. 북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나진항의 경우 3부두는 러시아 기업이 49년간 임차권을 가지고 운영 중에 있으며, 1·2부두도 10년간 중국 기업이 운영해 왔다. 최근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 개발을 위해 기존 1~3부두 이외에 4~9부두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 연변지역과 가까운 청진항에 대한 투자 제안을 하고 있다. 아울러 남포항과 신의주항에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까지 자국의 경제개발 기반이었던 연안도시의 항만개발 방식처럼 중국 동북 3성의 출해구(启航口)로 그리고 발해만 연결 항만으로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보면 우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성이 낮은 철도시설은 우리 돈을 들여 개발해 주는 반면, 단기간 내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고 지정학적 우위 점유가 가능한 항만시설은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이 운영권을 갖게 된다면 국익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남북협력 전략에서 무언가 단추를 잘못 끼우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북한 나진항 전경./출처=여시재
북한 나진항 전경./출처=여시재

포 해주 원산 청진 운영권 시급히 대응해야

한반도 물류는 연결되어야 하고 시작점에서 목적지까지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리고 대량 화물과 저렴한 화물은 바닷길을, 그 외의 화물들은 특성에 따라 철도, 도로 및 항공으로 나누어 운송될 것이다. 그런데 초기 북한 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원자재와 북한의 인력을 활용한 생산품들은 대부분 해운을 통해 전 세계로 수출입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현재 우리는 북한이 꼭 필요로 하는 철도시설에 투자를 해 주되 국익 확보 및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위해 북한의 남포, 해주, 원산, 청진, 단천, 나진항의 개발과 운영권 확보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성우 본부장은 “북미 관계 급변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에는 우리가 북한의 항만에 대한 대응을 해도 이미 늦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이 공존하면서 서로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는 마음도 중요하나 동북아에서 남북이 공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응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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