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할 줄 알았던 ‘증권거래세’
주식시장에서 증권을 1주라도 매수해 본 사람이라면 증권거래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증권거래세는 ‘증권거래세법’에 따라 주권(株券) 또는 지분(持分)의 양도에 대하여 부과되는 조세이다. 증권거래세는 지난 1963년 처음 도입됐으나 자본시장육성책의 일환으로 1972년 폐지된 바 있고, 1979년부터 ‘증권거래세법’에 근거해 다시 부과되고 있다. 증권거래세의 과세표준은 주권 등의 양도가액이다. 기본세율은 0.5%이나, 유가증권시장의 경우에는 0.15%,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및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양도되는 주권의 경우에는 0.3%의 탄력세율이 적용된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증권거래세 외에도 부가세인 농어촌특별세가 0.15% 별도로 부과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증권거래세의 징수 실적은 4조5083억원이며, 증권거래세 관련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총 6조2828억원 규모다.미국 등 일부 국가는 증권거래세 폐지
해외의 경우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주로 아시아 국가들에서 증권거래세를 부과‧운영 중이다. 하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14년부터 1966년까지 연방 차원에서 주식발행 및 이전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 격인 ‘주식이전세’를 부과했으나 거래세가 증권거래를 복잡하게 한다는 이유로 1965년 폐지했다. 옆나라 일본은 지난 1953년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체해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가, 1989년 4월 0.55%이던 증권거래세율을 0.3%로 낮추면서 주식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했다. 이후 10년간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병존하여 운영해오다 1996년 행해진 금융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의 경우 지난 1984년 증권거래세를 도입했으나 1991년 말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구분해 과세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로 전환했다. 독일은 지난 1991년까지 증권거래세를 운영하다 폐지했다. 폐지 전까지 증권거래세는 0.25%의 세율로 운영됐다.주요 쟁점 1. 조세부과의 적정성
증권거래세는 이득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되는 거래세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증권거래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소득있는 곳에 과세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손실이 확정돼 담세력이 없는 투자자에게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특히 증권거래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 중에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세는 거래와 관련한 행위에 담세력(세금을 부담하는 능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해 과세하는 세금인 만큼 담세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증권거래세 외에도 취득세·등록세·인지세 등 거래세의 형태로 부과되는 다양한 조세가 존재하며, 증권거래세는 과도한 투기적 거래의 억제라는 분명한 과세 목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세 목적의 정당성 차원에서 부과가 적절하다는 것이다.주요 쟁점 2. 자본시장 활성화 vs 투기적 거래 증가
증권거래세 개편의 효과에 관한 논쟁이 존재한다. 거래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인하 또는 폐지하는 경우 투자자의 부담을완화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투자자의 거래비용 완화가 시장의 유동성 제고를 가져와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와, HFT(고빈도 매매) 기술을 이용한 투기적 매매의 증가로 장기투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주요 쟁점 3. 세수 감소
증권거래세의 인하 또는 폐지 시에는 증권거래세수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국가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증권거래세를 유지할 필요가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현행 증권거래세법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는 “재정 수입의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증권거래세는 징수 방법이 간단해 정부의 조세 수입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국세 가운데 증권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은 상황으로 세수 감소에 대한 고려는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국세청 징수실적을 살펴보면 총 내국세 230.8조 가운데 증권거래세수 실적은 4.5조로 내국세의 약 2% 비중을 차지한다.주요 쟁점 4. 이중과세 논란
우리나라는 주식 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외에도 ‘소득세법’에서 열거하는 특정 주식(비상장주식, 주권상장법인의 대주주 주식)의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의 부과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양도소득세의 과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증권거래세의 폐지 시에는 이중과세 논란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해당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편익 제공에 대한 대가로 부과되는 조세로 응익과세(발생된 소득(수익)에 대해 과세) 성격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양도소득세는 거래에 따른 이득을 담세능력으로 보아 그에 과세하는 조세로 응능과세(수익의 많고 적음에 따라 차등 과세) 성격을 지니므로 양 세목의 성질상 차이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양 조세는 과목적 및 과세대상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존재한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