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투자할 것은 투자하는 구광모
구광모 회장이 회장에 앉자마자 안정을 깨지 않는 리더십으로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 기존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서 연륜 있는 전문경영인의 조언을 수용하고 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계열사별 책임경영은 강화하고 구광모 회장은 지주회사를 이끌면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등에 중점을 뒀다. 이에 인적 쇄신을 과감하게 단행했다. 지난해 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하고,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을 ㈜LG 자동차부품팀장에 앉혔다. 외부 인사를 CEO로 앉힌 것은 LG가 보수색깔을 버리고 과감한 인재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LG의 의사결정이 이전보다 신속·과감해졌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와 수 처리 자회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정리 중에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을 접었다. LG이노텍의 고밀도다층기판(HDI) 사업,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은 평택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한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지 두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LG가 그동안 별다른 논란 없이 조용한 경영을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비교되는 것이다. 이는 젊은 회장으로 의사결정이 신속·과감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감한 의사결정은 투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인수로 지각 변동을 꾀했다. LG화학은 OLED 재료 기술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해에 LG전자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모빌리티·가상현실(VR)·바이오·모바일 분야 6개 기업에 투자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첫 현장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중소·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미래 먹거리 발굴 과제 남아
구광모 회장의 앞으로 과제는 아무래도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이에 스타트업 투자와 M&A로 새로운 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는 4차 산업혁명을 미래 산업으로 점찍고 과감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기업 벤처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 중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 2500만 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과제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새 총수가 선임되면 선대회장의 형제들은 독립하는 전통을 보여왔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에 이어 LG 2대 주주이다. 재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의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LG상사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경영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을 내놓았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