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시중은행들이 일본 수출규제 등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종합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들은 신규채출과 함께 만기상황 유예, 금리우대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 상담 등을 위한 전단팀을 꾸린 곳도 있다.
이는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권의 풍토와는 다른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은행의 속성상 대내외 악재가 발생하면 대출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왔다. 이를 두고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번에 비(일본 무역보복)가 오더라도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모습이다.
이는 국민적 공분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 역시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기에 은행도 호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기 둔화, 미중 무역 분쟁 등과 맞물려 전반적인 경제가 위축돼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의 수신·대출 금리가 모두 떨어져 이자 등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대내외 변수를 모두 고려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총 1조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 수출 규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업체당 10억원 이내 총 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지원한다.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포함해 소재·부품 기업 전문 심사팀도 함께 설치한다. 또한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기업에게 관련 정부 지원 정책 등 각종 정보 및 재무 컨설팅을 제공한다.
피해 기업 중 대출금 분할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분할상환을 유예할 예정이다. 신규를 포함한 연기 여신에 대해서 최고 1%포인트까지 금리 혜택을 부여한다.
KB국민은행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피해 기업의 만기도래 여신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하고 최대 2%p의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분할상환대출을 보유한 피해 기업은 원금 상환을 유예하여 상환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또한, 수출입 기업들에 대해서도 환율 우대와 함께 외국환 관련 수수료 감면·면제 혜택을 제공하여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최대 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추진한다. 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수출규제 피해산업 협력사에 1조원 규모의 상생대출을 지원하고 신보·기보 특별출연을 통해 이달 중 5000억원을 우선 지원하는 등 내년까지 1조 5천억원 규모의 여신을 지원한다.
5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 특별지원자금'을 조성해 피해기업의 유동성 지원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신규자금 지원과 함께 만기연장이나 분할상환, 납입기일 유예 등을 통해 상환부담을 낮추고 어려움에 처한 소재·부품 기업에 최대 1.2%의 여신금리 우대 및 핵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특화상품을 출시해 고객의 금융부담을 줄인다.
KEB하나은행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 기업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유동자금 공급, 대출 만기 연장, 일본계 은행 거래 기업에 대한 대환대출 등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우선 반도체 제조업 등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등을 지원한다. 또 수출 제한 조치로 생산에 차질이 빚는 기업에 대해 일시 유동자금을 지원한다. 일본산 부품 대체재 확보를 위한 시설자금 지원과 필요할 경우 M&A(인수합병) 자금 지원에도 나선다.
일본계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대환대출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는 업체에도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준다.
하나은행은 피해기업 임직원의 개인대출에 대해서도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최대 1.0%의 대출금리를 우대하고 수수료 감면, 대출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상환 압력이 발생하는 경우 대환 대출도 실행해준다. 피해기업 임직원에 특화된 신규 대출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