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체감과 괴리된 소비자물가
‘소비자물가’라고 붙였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물가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인식한 물가상승률 수준)은 지난달 2.1%로 통계청이 집계한 것과 완전히 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물가인식은 한은이 전국 도시 2천5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하는 수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소비자들의 물가인식이 2.1%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와 2.1% 격차를 보인다. 이른바 지표물가와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부 이모씨는 “만원 들고 나가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있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런데 무슨 마이너스냐”고 오히려 따졌다.평
균적 물가와 자주 접하는 물가
이처럼 소비자물가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다른 것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는 일상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60종의 가격 변화를 평균해 반영하지만 소비자 체감물가는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에 한정돼 느끼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한다. 자녀를 둔 가정은 교육비가 상승하면 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고, 밥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정에서는 쌀값만 올라도 물가가 오른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농축수산물 중에서 쌀은 1년 새 6.7% 상승했고, 생강은 119.7% 올랐다. 축산물에서는 수입 쇠고기가 4.8%, 가공식품 중에서는 떡(8.0%), 우유(6.0%), 빵(4.8%) 등도 가격이 올랐다. 도시가스는 3.6%, 전기료는 1.7%, 택시요금은 15.6%, 시외버시는 13.4% 등 상승했다. 게다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한 달 단위로 집계를 하지만 소비자 체감물가는 1년 단위이기 때문에 체감물가가 더 상승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라고 해도 체감물가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품목별로 보면 증감 폭이 크지만 모든 것을 하나로 측정하다 보니 (괴리가 큰) 부분이 있다”며 “내리는 것보다는 오르는 품목에 민감한 심리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라는 점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체감물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 자칫하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인데 체감물가는 오르는 상태가 된다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체감물가의 안정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장은 “5년마다 대표 품목을 개편하고 2~3년 간격으로 가중치를 개선하는 등 현실에 맞도록 지수를 조정하고 있다”며 “실제 체감 물가를 알기 위해서는 국가통계포털(KOSIS) 홈페이지에 있는 ‘나의 물가지수’ 메뉴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