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노벨경제학 수상자도 법인세 인하 ‘회의적’...왜?
[이코리뷰] 노벨경제학 수상자도 법인세 인하 ‘회의적’...왜?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9.10.2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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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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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스공대 교수가 법인세 인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보수야당들이 그동안 꾸준하게 법인세를 인하하게 되면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고, 그에 따라 경제성장이 이뤄진다고 주장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와 연결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계속해서 ‘법인세 인하=기업의 투자’라는 공식은 우리의 머릿속에 박혀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벨수상자가 왜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바네르지 교수는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자신의 책 출간 행사에서 감세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은 법인세 인하가 주요 요인이 아니라 수요에 반응하기 때문이라면서 수요를 늘리려면 직접세를 늘리고, 그 혜택을 저소득층에 분배하라고 강조했다. 즉, 저소득층 소득이 늘면 전체적인 소비와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소득주도성장을 보는 듯한 대목이라고 누리꾼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국민의 지갑이 든든해지면 그로 인해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선순환 논리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세금을 낮춰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주장은 기업들이 퍼트린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규정했다. 바네르지 교수의 말에 의하면 기업의 투자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법인세가 인하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홍남기 “법인세 인하-투자 연관성 긴밀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법인세 인하와 기업의 투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보수야당들은 법인세를 인하해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면서 법인세 인하를 계속해서 요구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인하와 투자가 연관성이 긴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등식이 꼭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와 연결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일부 경제학자들 역시 법인세 인하와 기업 투자와는 큰 관련성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인세 인하해도 기업 투자는 오히려 축소

실제로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의 투자는 오히려 축소된 통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과표 2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 이후 기업의 투자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투자와 법인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여러 연구기관들 역시 법인세 인하와 기업 투자와의 관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실시한 법인세 인하(35%→21%) 정책을 점검한 결과 감세조치가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고 기업들과 초고소득층이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한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와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소득의 재분배가 기업의 투자와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법인세 인하 논란에 또 다른 불을 지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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