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계집질은 해도 놀음은 하지 마라
배가 출항하는 날에는 선적완료 순간까지 화물이 제대로 실리는지 추적 및 확인을 하여야 함으로 늦게 까지 사무실을 지켜야만 했다. 마지막 선적업무처리는 업무부와 부산사무소 소관이지만 나는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려면 최종 마무리인 화이날 터치(final touch)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곤 하였다. 그러다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재미로 포커 게임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나중에는 거의 중독이 되어 버렸다. 1977년 1월 20일은 나의 사랑하는 첫 딸 첫돌 잔치 날이라 친척들이 저녁에 우리 집에 모였다. 나는 그날 회사 사무실에서 잠시 포커게임을 마치고 업무 정리를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분위기를 깨기가 어려웠다. 결국 밤 12경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중간 중간 회사일로 늦겠다고 집에 전화를 하였지만, 딸 돌 축하차 오신 이모님께서는 그 시간 까지 안가시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이모님께서는 조용히 다가와 “많이 늦었구나, 그런데 계집질은 해도 놀음은 하지 마”‘고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이모님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나 의아했다. 어떻게 사랑하는 조카에게 계집질은 허용하시면서 놀음은 하지 말라고 하시나? 내가 포커게임을 하신 것을 어떻게 아셨나? 그렇게 포커 같은 놀음이 계집질보다 더 나쁘다는 말인가? 나는 “저 놀음 안 해요, 회사 일 때문에 늦었어요“라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로 대답했다.” 이에 이모님은 “그래 알았다. 밥도 못 먹었을 터이니 식사 좀 하고 자거라“하시며 늦은 저녁상을 차려주셨다. 이모님은 어떻게 밤늦게 까지 내가 밥도 못 먹고 있는 것을 아실까? 나는 잠자리에 누어 이모님 말씀을 묵상하며 앞으로 가정에 더 충실하여야 겠다 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시간 때우기 재미로 시작한 포커 게임은 중독 놀음으로 변하였다. 결국 인에 매겨 쉽게 끊지를 못했다. 포커멤버들이 계속 유혹하는 것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아 본의 아니게 포커게임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토요일 특별상여금 보너스가 나온 급여일 오후 직원들이 퇴근 한 후 사무실에서 포커를 하고 있었는데 김밥 장사가 와서 김밥을 사라고하니, ‘꿀렁 꿀렁‘이라는 별명을 가진 모 차장님이 열을 좀 받은 상태여서 김밥장사에게 큰소리로 ’저리 가라’고 하셨다. 이에 화가 난 김밥장사가 경찰서에 놀음 판 신고를 한 모양이다.
얼마 후 건장한 사람 두 사람이 나타나 구경해도 좋냐? 고 물으니, 조금 전부터 계속 위너가 되셔서 기분이 좋아지신 모 차장님은 아까와는 달리 기분 좋은 어조로 ‘ 네 구경하셔도 됩니다.’라고 하셨다. 잠시 후 이들은 “실례합니다. 신고 받고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모두 일어나시고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며 경찰서로 함께 가야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는 나는 선임형사에게 “이분들은 제 상사이신데 제가 회사일이 끝나지 않아 잠시 함께하자고 한 것이니 제가 대표로 가겠습니다.”라고 사정하여, 나만 시경으로 임의 동행하게 되었다. 가는 도중 선임자에게 “전에는 제가 놀음 신고를 받고 수사를 하곤 하였었는데 오늘은 제가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니 좀 그렇네요. 오늘 저희 회사 급여일로 식구들이 모두 월급 봉투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신고를 받아서 쉽게 처리하시기는 어렵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아마 김밥장사가 신고한 모양인데 앞으로 사무실에서 절대로 포커를 하지 않겠습니다. 계집질 보다 더 나쁜 것이 놀음이라고 하는데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각서를 쓰겠습니다.”라고 정중히 부탁을 드렸다. 참으로 다행히도 선임형사는 나의 부탁을 들어 주어 잘 해결이 되었다. 그 후 우리는 사무실에서 포커 게임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김밥 장사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이모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만일 이러한 사건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글도 쓰지 못하고 페인이 되었을 것이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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