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아파트(이하 ‘저가 아파트’)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정부의 보호 대책이 위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위법 의심 거래의 주요 사례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임대 보증금 승계 방식(갭투기)으로 ‘저가 아파트’ 12채를 사들인 사례가 있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해당 미성년자가 매도인에게 송금한 아파트 구입 관련 비용은 모두 아버지 계좌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토부는 해당 미성년자의 아파트 구입을 편법 증여를 한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또한 가족 소유 ‘저가 아파트’ 32채를 대금 수수도 없이 본인이 대표인 법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시켜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해당 법인이 이전받은 32채를 단기간에 전부 매도한 것까지 확인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법인 명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정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법인이 ‘갭투기’로 ‘저가 아파트’ 33채를 매수하면서 필요한 자기 자금을 대표 개인으로부터 전액 조달하는 등 탈세가 의심돼 국토부가 국세청에 통보하기도 했다.
더불어 여신전문업체(‘캐피탈’)로부터 받은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로 ‘저가 아파트’를 매수해 대출 용도 외 유용이 의심돼 국토부가 금융위에 통보한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피하는 등 세제 혜택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저가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인 법인·외지인을 집중 조사한 결과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중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 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선별된 이상 거래 1808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 570건은 경찰청·국세청·금융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돼 향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인의 다주택 매수, ‘갭투기’. 미성년자 매수 및 가족 간 직거래 등에 대한 후속 기획조사도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거래 가격이 급등하면서 법인·외지인·미성년자의 매수가 많은 특이 동향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투기 의심 거래를 심층 조사할 계획이다.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약 9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이후 법인·외지인의 거래 비중이 지속 증가했으며,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 가격은 1억 233만 원이었다.
또한 ‘저가 아파트’ 매수 자금 중 자기 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 보증금 승계 금액의 비율은 59.9%로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자기 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임대 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다.
또 지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개월 내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이었다.
이는 전체 ‘저가 아파트’ 거래의 평균 차익 1446만 원보다 20.7% 높은 수준이었다.
더불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약 4개월)에 불과했으며,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 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며, 거래 가액 중 임대 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 전세’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김형석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시장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