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내리막길 걷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1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15억3000만 달러로 전월 말 기록한 4631억2000만 달러 대비 15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4월, 5월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6월 미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감소 전환했다가 같은 해 7월 다시 늘어나는 등 4개월 연속 증가해 왔다. 10월 말을 고점으로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달러 강세로 인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달러 이외의 통화 자산’이 상대적으로 약세가 되고 그 달러 이외의 자산을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97.26으로 전월(95.97)보다 1.3% 상승했다. 이에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미 달러화 대비 각각 1.6%, 0.8% 절하됐다. 호주달러는 2.8% 절하됐고, 엔화는 0.2% 절하됐다. 엔화는 자국통화표시법(엔/달러)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 미달러화 환율하락이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의미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원인도 있다. 무역수지가 2달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무역수지 경상수지(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투자액(나가는 달러)가 적으면 그만큼 더 늘어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달러화 환산액이 줄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며 “여기에 국내 금융기관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는 지준예치금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외환위기 오나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외환보유액의 부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럴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관광, 해외투자 등 다른 항목에서 발생하는 달러의 국내 유입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60달러가 넘어야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당장 외환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2일 기준 원유 가격은 10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적정 외환보유액은 어느 정도일까
외환위기가 올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앞서 낸 바 있다 하더라도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적정 외환보유액’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라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제안한 한국의 적정한 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제시한 산식을 근거로 제시된 수치다. IMF는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액의 15%, 통화량의 5%, 연간 수출액의 5%를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한 외환보유액으로 추산한다. IMF가 유동외채를 반영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채무 조달이 끊기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외국인들도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액의 15%를 그럴만한 자금으로 추산한 것이다. 유사시에는 국민들도 자신들의 예금을 달러로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달러도 필요하다. 이같은 추산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계산해 보면 BIS가 제시한 적정 외환보유액보다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7% 가량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한국은 1997년 경상 수지가 악화되고, 금융 부실이 문제가 되면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게 됐다. 이에 해외 투자자들은 원화를 기피하고, 달러를 사들였는데, 정부가 대규모의 외환을 매도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외환 보유고가 바닥이 나는 국가 부도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이후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꾸준히 외환 보유고를 늘려나갔다. 현재까지 상황은 외환위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IMF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 왔던 우리 국민에게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에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