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인 만큼 이번 전쟁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 성장률 급락으로 이어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최대 2조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강화 조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미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미국 측 발표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대미 동참의 구체적 수위와 내용 등을 점검·논의해 신속히 대미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 부문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최대 2조 원의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인플레이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함에도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기 불황과 저성장 구도가 더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고 한다.
1970년대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전소득의 증대, 임금의 하방경직화 등으로 물가는 오히려 올라가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1973년 말 1차 오일쇼크 때 아랍 산유국에 의한 원유공급 제한조치를 계기로 심화된 에너지 위기 때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당시만 해도 인플레이션과 실업은 필립스곡선에서 나타나듯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었다.
트레이드오프는 두 개의 정책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 하면 다른 하나의 목표 달성이 저해 받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기만 하면 실업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1974년 1월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던 아랍 국가들이 석유 자원을 무기 삼아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65달러로 4개월 만에 네 배 가까이 폭등하는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그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0.5% 떨어져 역성장했고, 물가는 11.05% 급등했다.
또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상품 가격이 올라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더불어 오일쇼크 발(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은 유럽·일본 등 세계를 강타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곳곳이 무너졌지만 소비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어 오일쇼크 악몽이 50년 만에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식품을 포함해 가구·의류 등 사실상 모든 소비재 기업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여야 하지만 성장세가 멈출 것이란 우려에 대응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유럽에선 천연가스값이 연일 치솟고, 중국은 석탄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렇게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꿈틀대자 국제 유가도 함께 급등하고 있다.
세계 증시가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을 떠올리는 이유도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이끈 것이 중동발 오일쇼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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