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계지출에서 식비나 주거비 등 필수 소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엥겔계수가 지난 2000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의식주 등 필수 소비 비중은 줄어들지만, 코로나 경제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서만 지갑을 열게 돼 서민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 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는 12.86%로 지난 2020년(12.85%)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0년(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슈바베계수는 전년 대비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슈바베계수는 17.94%로 지난 2020년(18.56%) 대비 다소 하락했지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불황으로 식비 등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 지출은 늘어난 반면 문화·외식·교육 등 선진국형 소비는 줄어드는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고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다는 것이다. 또한 엥겔계수 급등은 최근 식료품 물가 상승 영향도 받았다고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수입 물가 품목 가운데 농림수산품 수입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0년 0.6%에서 지난해 13.5%로 크게 확대됐고, 소비자물가 항목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물가 상승률도 4.4%에서 5.9%로 올랐다. 아울러 슈바베계수도 주택 매매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전월세 비용 상승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방역 정책을 ‘위드 코로나’보다 더 완화된 ‘엔데믹’으로 전환해 가계의 소비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엥겔계수?

엥겔계수는 가계 총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지표로, 주로 생활 수준을 재는 척도로 이용된다. 가계지출 총액 중 저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의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이 비율이 낮게 나타난다. 이는 지난 1857년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이 벨기에의 153개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계지출 조사 결과 밝혀진 것으로 ‘엥겔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식료품은 생활필수품이어서 소득과 상관없이 반드시 일정량을 소비하게 된다. 동시에 어느 수준 이상은 소비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이에 보통 엥겔계수가 20% 이하면 상류, 25~30%는 중류, 30∼50%는 하류, 50% 이상은 극빈생활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슈바베계수?

슈바베계수는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전월세 비용이나 주택 관련 대출 상환금·세금·보험 등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며, 지난 1868년 독일 통계학자 슈바베가 만든 이론이다. 선진국에서는 이 지수를 빈곤의 척도로 사용하는데, 이 지수가 25%를 넘으면 빈곤층에 속한다고 본다. 이 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