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청년희망적금에 정부 예상보다 약 8배 가량 많은 290만여 명이 몰렸다.
청년희망적금은 일반 예·적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비싼 금리를 줘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볼멘 소리가 나온다.
높은 이자에 가입 ‘러쉬’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10일간(영업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을 통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약 290만 명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가입자 약 38만 명보다 7.6배나 많은 수치다.
청년희망적금은 ‘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출시된 정책 금융 상품이다. 연간 총급여가 36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은 26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금리는 기본 5%이지만 비과세혜택과 저축장려금, 은행별 우대금리까지 합치면 무려 10%에 달하는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월 50만원 한도에 2년까지 가입이 가능하니, 우대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총 98만5000원을 이자로 받게 되는 셈이다.
청년희망적금의 인기가 뜨거웠던 것도 이처럼 높은 금리에 기인한다. 본격적인 가입신청을 받기도 전에 재테크 카페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고금리 적금’으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아울러 ‘미리보기’ 단계에서 5대 은행에서만 약 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요일별 ‘출생연도 5부제’ 방식으로 첫 가입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21일에는 쇄도하는 신청으로 일부 은행의 앱에서 수 시간 먹통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기존 선착순 가입 기준을 접고, 가입 요건을 충족한 경우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이자 어떻게 하나”...은행권 ‘골머리’
문제는 정부가 수혜 대상을 늘려 일단 가입 조건만 맞으면 모든 신청자에게 가입을 허용하면서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등 수습의 부담은 사실상 은행들이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뜨거운 인기에 정부는 신청 마감일인 이달 4일까지 접수를 마친 신청자 중 가입 요건을 충족한 이들은 모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데다 오는 7월경 2021년 중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청년을 대상으로 상품 가입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기존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늘려야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대출금리가 평균 약 4% 정도인데 적금에 6%의 금리를 주고 조달하면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도 가입 대상 확대에 대해 은행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우려했다.
가입자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은행은 물론 정부도 부담이 늘었다. 정부는 1인당 최대 36만원의 저축장려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예상보다 인원이 늘었으니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의 추가 재정투입이 있다 하더라도 가입자 예측 실패에 대해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가입자 급증의 부담을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아야 하는데 정작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