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내 식품 시장 보호 위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14일(현지시각) 유라시아경제연합에 밀·호밀·보리·옥수수 수출을 6월30일까지 금지하고, 백설탕과 원당 수출은 8월31일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 외에 옛 소련 구성 국가들으로 구성된 경제 연합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구의 경제제재로 자국 내 식량 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산하 연구소인 ‘경제복잡성관측소’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밀 수출 1위는 러시아로 81억 4천만달러를 수출했다. 우크라이나도 같은 해 기준 31억1천만달러의 밀을 수출한 5위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합치면 전세계 수출액의 1/4 정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된다면 밀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전세계 곡물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45개 아프리카 국가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5개 아프리카 국가와 최빈국들은 수입 곡물의 3분의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는 이집트·콩고·부르키나파소·레바논·리비아·소말리아·수단·예멘 등이 꼽힌다. 특히,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의존도가 70%, 레바논은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비중이 60%에 이른다. 이들 나라의 기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들 나라의 기아는 결국 곡물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더욱 혼란해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우리나라 밀가루 가격 인상 가능성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곡물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밀가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급감할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은 공급량 부족 등으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다른 생산국가들도 자국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곡물 수출에 빗장을 잠글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밀가루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양계와 돈육 등 국내 축산업 분야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료용 원재료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후 닭고기나 돼기고기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1.0%,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은 45.8% 수준에 불과하다. 1990년대 식량 자급률이 70.3% 수준 대비 24.5% 포인트 하락했다. 밀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 한국의 밀 자급률은 0.8% 수준이다. 99%를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셈이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의 경우 국제 밀 가격 동향을 살피며 B2B(기업간 거래) 제품 공급 단가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단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제품은 매출 비중이 적어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