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중고차 시장 모델
[김진혁 칼럼] 중고차 시장 모델
  • 김진혁
  • 승인 2022.03.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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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버클리대의 조지 애컬롭 교수는 ‘중고차 시장은 레몬시장'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에서 레몬은 보기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신맛이 강해 우리나라 속담의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의미로 낮은 품질의 중고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차량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놓인다. 이 경우 구매자는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고 판매자는 성능이 좋은 차를 구매자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에 팔지 않는다. 중고차 시장은 성능과 품질이 좋지 않은 레몬만 남게 되고 여기에서 역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기관도 정보비대칭과 역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는 대출자나 신용카드 고객의 신용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대출을 실행하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대출과 카드발급이 이뤄지는 역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가 더해져 과거 일부 신용카드사들은 고객에 대한 신용파악을 게을리 하고 실적만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발급과 사용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애컬롭 교수의 이론은 미술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미술시장에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NFT(대체 불가능 토큰)인증기술과 결합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보여줬다. 유명 작가의 위작 감정 논란은 이러한 레몬시장의 특징을 가진 시장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 미술작품을 생산하는 창작자와 그것을 즐기며 향유하는 소비자로 구성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한 화가가 생산한 예술작품은 다른 어떤 화가들도 공급할 수 없는 유일한 생산자로 순수 독점생산자(pure monopolist)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화가가 작고하면 그 작품 공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예술가가 창조한 작품은 그 자체로 시장에서 유일한 것이다. 세계와 역사가 인정한 작가들일수록 그 유일성이 인정받는다. 따라서 작품 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객관적인 전달자나 매개자가 예술시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술품 진가를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매개자가 있으면 시장 기능은 원활해지고 소비자들은 거래에 있어 손해를 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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