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윤석열號 납신다...대출문턱 낮추자”
[금융리뷰] “윤석열號 납신다...대출문턱 낮추자”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3.2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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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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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전세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현 정부가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도입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살펴보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관련 대선 공약으로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 정책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폐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상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축소 등 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3가지 자율규제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전세 계약 갱신 시 전세 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분까지 제한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 가능 ▲1주택자의 경우 비대면 대출 신청 금지)을 내놓으며 전세 대출 문턱을 높인 바 있다.

우리은행, 대출 ‘빗장’ 열기 시작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아직 취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까지도 대출 문턱을 낮추는 모습이다. 4대 주요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첫 포문을 열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전세자금 대출 한도와 신청 가능 시기를 늘리고 부부합산 1주택자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을 해제한다. 우리은행은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현행 '갱신 시 증액된 임차보증금(전셋값) 범위 이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한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늘렸다. 이날부터 신규 임대차 계약의 경우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신규 전세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기존에는 갱신 계약 시작일 전에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갱신 계약 시작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부합산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을 해제한다. 대상 상품은 아이터치 전세론, 우리WON 전세대출, 우리스마트전세론이다. 이전까지 1주택자는 은행 창구에서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완화해 금융지원 불안을 해소하고 전·월세 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대출 완화 검토 중

앞서 우리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고자 전세대출 조이기를 시행해왔다.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분까지로 제한하고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1주택자의 비대면 대출도 중단했다. 5개월 만에 대출규제를 완화한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전세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전세자금대출 한도로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까지 상향할 수 있는지 등을 은행연합회에 질의해둔 상황”라며 “정확한 지침 아래에 대출 상품을 운용하고자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에 대출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895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7522억원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인터넷은행도 동참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전세자금 대출 완화 움직임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22일 지난해 10월 중단했던 1주택 보유자의 일반 전월세 보증금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전 은행권과 협의해 1주택자의 전월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당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1주택자의 경우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그간 무주택자에 한해 전월세 보증금 신규 대출을 시행해왔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일 1개월 전부터 15일 이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다만 부부 합산 1주택자라 하더라도 부부 합산 연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거나, 시세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한 2020년 7월10일 이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시세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취득한 고객도 대출이 불가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그동안 1주택자는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 대출이 가능해 카카오뱅크 고객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며 “1주택자 대출 재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관치금융’ 지적도

최근 은행들의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권교체기에 관치금융(정부의 시장 개입) 관행과 금융당국과 시장 간 소통 지체 현상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그동안 정부의 대출 정책과 주문에 따라 대출을 운영해왔다 보니 자체적으로 판단해 영업하기보다는 눈치를 보면서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 교체 시점이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서도 명확하게 답해주지 못하는 등 소통에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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