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시작으로 대출 금리 인하 경쟁
금리 내리는 겉보기 이유
이처럼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내리는 것은 금리 인상기에 가계대출 자산이 줄고 있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03조1937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436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액은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으로 1조원대를 지속한 바 있다. 즉 올들어 가계대출이 3개월만에 총 5조8592억원 급감한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어 은행들이 이를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예대금리차는 잔액 기준 2.27%포인트로 전월(2.24%포인트)보다 0.03%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9년 6월(2.28%포인트) 이후 2년8개월만에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최소 억단위가 넘어가는 데다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은행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경쟁이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은행들의 속사정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별다른 조건도 없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는 속사정에는 ‘규제로 인해 왜곡된 대출 시장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연하면, 지난해까지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 대출의 가격이라 할 수 있는 대출 금리가 인상됐다. 이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는 허용된 대출 물량이 줄어 대출을 위해 조달해야 할 예금의 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예금 유치에 힘을 쓸 이유가 없다 보니 굳이 고객들에게 예금 이자를 많이 줄 이유도 없어져 예금 금리도 낮아졌다. 만약 규제가 없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예금 금리 인하는 곧 은행이 대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감소를 의미하기에 대출 금리 하락과 맞물려야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는 예금 금리가 내려가는데도 대출 금리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시 대출 금리를 잇따라 낮추는 이유는 올해 규제가 폐지되면서 대출 시장의 비정상적인 왜곡이 점점 복원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 주도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는 여전하다”면서도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건전한 대출을 통한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건강한 대출이 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제 활동이 확장될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의 수익률도 개선 가능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