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9.5%→20%→17%
러시아 중앙은행 지난 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연 20%에서 17%로 인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 뒤 “11일부터 기준금리를 연 17%로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현지 통화인 루블화 환율 하락(가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인상 속도가 크게 둔화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과 경제활동 둔화 사이의 균형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초 달러 대비 120루블까지 치솟았던 루블화 환율은 현재 75루블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중앙은행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대외 여건은 여전히 어렵고 경제 활동을 제약하고 있으며, 금융 안정성 위험도 계속되고 있지만 (추가적) 악화 경향은 멈췄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내외 환경과 이에 대한 금융 시장 반응,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 동향, 경제 성장 등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기준금리와 관련한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향후 이사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서 중앙은행은 지난 2월 2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과 이에 대한 서방의 초강력 대러 제재로 경제 혼란이 빚어지던 와중에 기준금리를 종전 9.5%에서 20%로 인상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는 외화 송금 제한, 수출 기업들의 외화 수입 80% 루블화 환전 의무화, 천연가스 수출 대금 루블화 결제 의무화 등의 통제 조치를 통해 루블화 환율과 인플레이션 급등을 억제하고 있다.고강도 경제 제재·고금리 견딘 비결
전쟁 초기만 해도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급속도로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루블화 가치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경제 붕괴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때문에 굳이 위험성이 큰 고금리 정책을 러시아가 장기간 유지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고금리 정책이 얼마나 리스크가 큰지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를 회상해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정책 당국은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처방에 따라 고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급격히 가중된 부채 부담에 많은 기업들이 흑자 도산하고,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헐밧에 나온 다수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팔려버렸다. 그런데 러시아는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보다 고금리 정책의 충격을 훨씬 더 잘 견뎌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유는 바로 부채, 즉 빚이 적다는 데 있다.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 비율이 모두 낮은 비율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기준금리가 높아져도 각 경제 주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 부연하면, 기준금리를 20%까지 기존 2배가 넘게 급격히 올렸는데도 러시아 경제가 붕괴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바로 “빚이 없어서”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