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4월 들어 자본시장 기본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과 채권, 유가가 모두 하락하고 있는 매우 이례적인 세계 경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와 채권은 미국 등 각국의 강경해진 금리 인상 기조로, 유가는 주요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세계 자본시장의 봄날이 끝나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말릴 수 없는 동반하락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증시의 주가는 물론,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유가 또한 4% 이상 급락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이달 주가와 채권은 물론, 유가도 월간기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 자본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건 미국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관련, 이를 억제하고자 다음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에번스 총재는 “다음 회의에서 논의될 것은 어떻게 중립 금리에 도착하며,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라며 “50bp 인상은 고려할 가치가 분명 있다. 올해 말까지 중립 수준으로 가길 원한다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라고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도이치뱅크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연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20% 정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새로운 투자 전략 필요한 때
주식·채권·유가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반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자산 관리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월 현금 보유량이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고로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주가·채권·유가의 동반 하락이 경기 침체 공포를 가리킨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가·채권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금리를 올리는 각국 긴축 통화 정책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가 하락에 대해서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특수 이벤트로 급등했다가 상황이 개선되면서 잦아드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부연하면, 주가와 채권, 유가 등 세가지 모두 경기 침체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앞서 살펴봤듯이 주요 자산이 동시 하락하면서 현금 보유가 늘고 있는 상황인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우리가 학습한 투자 환경은 지난 40년간 이어진 저물가 시대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원자재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고물가가 뉴노멀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전처럼 풍부한 유동성보다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통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다. 즉, 기준금리의 꾸준한 상승을 가정하고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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