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경력직에 특혜 의혹
14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감사보고서와 수험생 답안지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험에서 국세청 경력직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를 준 정황이 확인됐다. 세무사 2차 시험은 ‘회계학 1부’와 ‘회계학 2부’,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총 4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국세청 경력직은 ‘세법학 1부’와 ‘세법학 2부’를 면제받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세청 경력직이 면제받는 ‘세법학 1부’의 채점과정에서 발생했다. 주관식인 ‘세법학 1부’ 4번 문제(20점)는 3문항(4점, 6점, 10점)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답을 작성한 일반수험생 3962명의 50%가 넘는 2025명이 0점 처리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최근 5년 평균 38.66%였던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은 82.1%로 치솟았다. 일반수험생이 대거 탈락하면서 최근 4년 평균 19명(전체 합격자의 6.6%)이던 국세청 경력직 합격자는 151명(33.6%)으로 급증했다. 정상적인 채점만 이뤄졌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로 의도적인 조작이 의심되는 상황이다.고용노동부의 이해할 수 없는 감사 과정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4번 문제 채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4점 짜리 한 문항(3번)에 대해서만 재채점을 결정했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실이 수험생들 답안지를 확인한 결과 채점오류는 4번 문제(세 문항 총20점) 전체에 걸쳐 이뤄졌다. 주관식 문제에 성실하게 답을 작성했는데도 0점을 받은 수험생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에서 입수한 답안지를 보면 총 10점인 4번 문제의 2번 문항(5점짜리 2개 물음) ‘증여세 과세가액’을 묻는 질문에 똑같이 ’0원‘을 기재했는데 서로 다른 점수를 준 것을 확인했다. 같은 답을 적었는데 어떤 수험생은 점수를 주고 다른 수험생은 0점 처리를 한 것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재채점을 요구한 3번 문항(4점)뿐만 아니라 4번 문제 전체(20점)에서 부실채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출제위원 선정에도 문제
또한 감사보고서는 출제위원 선정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전문자격관리운영지침‘에 따라 전산선정시스템의 우선순위 명부에 따라 출제위원을 위촉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전산선정시스템 상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출제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가 된 세법학 1부(2명 선정) 4번 출제위원(채점도 담당)은 우선순위가 낮은 7번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돼 선정배경에 의혹을 사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은 채점오류와 출제위원 위법 선정 등 총체적 부정시험이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축소·은폐에만 급급하다”면서 “이제는 감사원이 직접 감사를 통해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이어 “채점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4점짜리 한 문항이 아니라 4번 문제 20점 전체에 대한 재채점이 이뤄져 불공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황연하 대표는 “고용노동부 감사는 ‘제식구 감싸기’에 불과한 엉터리였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또 “부정시험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세청 경력직에 대한 특혜가 철폐되도록 시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