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국내 프롭테크 시장의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실패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정체되는 기업이 나오고 있는 데다 대부분 영역에서 시장을 선점한 기존 강자들이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을 다시 한번 전환할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없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19일 스타트업레시피가 최근 발표한 ‘2021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은 2698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20년(581억 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프롭테크 업체는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 ‘알스퀘어(850억 원)’다.
그러나 부동산을 둘러싼 경제 요인들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금리가 오르고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지속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회복도 지연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요소들이 부동산 시장까지 점령한다면, 프롭테크 기업의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던 일부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이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정체를 겪으면서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파이를 나눠 가지려는 시장 신규 진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지난해 55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2% 성장했지만, 이 정도의 성장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쟁사 ‘다방(스테이션3)’의 지난해 매출은 246억 원으로, 10.5% 줄었다.
업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프롭테크 시장에 ‘다크호스’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주거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힌 ‘직방’과 ‘다방’, ‘알스퀘어’ 등 선두 주자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소폭 뺏는 수준은 가능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프롭테크(Prop Tech)?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부동산 중개, 사이버 모델 하우스 같은 3차원(3D) 공간설계,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관리 등이 프롭테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미국 온라인 부동산중개회사 ‘질로(Zillow)’는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미국 3000여 개 도시의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값을 실시간 산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 ‘렉스’와 ‘셸터줌’은 블록체인을 부동산에 적용했다.
부동산 거래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 모든 사용자가 거래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영국 ‘라이트무브’, 호주 ‘리얼에스테이트’ 등도 온라인 비대면으로 집 계약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다방’이 원룸 전세·월세 계약을 모바일에서 ‘원스톱’으로 끝낼 수 있는 전자계약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방의 전자계약은 임차인, 임대인, 공인중개사 3자가 앱에서 전자서명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공인인증서를 깔아야 하는 국토부 전자계약 시스템과 달리 ‘토스’나 ‘카카오뱅크’처럼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된다.
또 계약 체결 후엔 앱에서 보증금 및 월세도 바로 결제할 수 있다.
아울러 부동산 정보 앱 1위인 ‘직방’은 700만 월간 활성 이용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겟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