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KB손해보험이 지난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약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고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발주한 보험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결정을 받았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H가 발주한 보험 입찰에서 다양하게 담합에 참여한 8개 손해보험사에 과징금 총 17억6천4만원을 부과하고 담합을 주도한 KB손해보험 및 공기업인스컨설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담합에 참여한 8개 손해보험사는 ▲KB손해보험 ▲삼성화재보험 ▲M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공기업인스컨설팅 등이다.

담합 배경

KB손해보험은 지난 2017년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및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낙찰받았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같은 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약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고자, 2018년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공기업인스와 담합을 모의하고 실행했다. 이들이 담합한 보험 입찰은 2018년에 진행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과 전세임대주택화재보험 등 2건이다.

2018년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 담합

먼저 KB손해보험은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공기업인스와 담합을 모의했다. 이들은 삼성화재보험을 들러리로 섭외하고 한화손해보험 및 흥국화재보험은 입찰에 불참하게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화재보험과 한화손해보험에는 낙찰예정자인 KB공동수급체의 지분 일부를 재보험사를 경유해 재재보험으로 인수하게 했다. 흥국화재보험에는 같은 해 입찰이 열린 화재보험입찰에서 KB 공동수급체로 참여하게 했다. MG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삼성화재보험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입찰 담합에 가담했다. 입찰 결과 KB공동수급체가 낙찰됐고, 낙찰금액은 2017년에 비해 약 4.3배, 설계가 대비 투찰률도 같은 기간 49.9%에서 93%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LH가 2016년부터 재산종합보험입찰을 통합해 실시한 이해 낙찰금액 및 설계가 대비 투찰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2018년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

이들은 같은 해 LH가 발주한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는 한화손해보험 및 메리츠화재보험을 입찰에 불참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KB공동수급체 지분 일부를 배정하기로 했다. MG손해보험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KB 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입찰 담합에 가담했다. 입찰 결과 KB공동수급체가 낙찰됐고, 낙찰금액은 2017년 대비 약 2.5배, 설계가 대비 투찰률은 같은 기간 57.6%에서 93.7%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LH가 2016년부터 화재보험입찰을 통해 실시한 이래 낙찰금액 및 설계가 대비 투찰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MG손해보험은 보험증권 위조까지

여기에 MG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삼성화재보험에 KB 공동수급체의 지분을 비공식적으로 배정하기 위해 LH의 청약서 및 보험증권을 위조했다.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및 삼성화재보험은 KB 공동수급체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을 배정할 수 없다. 그런데 지분 배정 근거를 만들기 위해 LH의 날인을 편집해 청약서 서명란에 붙이는 방법으로 청약서 및 보험증권을 위조한 것이다.

KB손해보험 검찰 고발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8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총 17억6천4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와 함께 담합을 주도한 KB손해보험, 공기업인스 및 해당 법인의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장혜림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과장은 “이번 조치는 보험사들이 들러리 및 입찰 불참 대가로 재재보험을 인수하도록 하거나 청약서를 위조해 지분을 배정하는 방법으로 담합 대가를 제공하는 형태의 담합행위를 적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보험과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