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대출기간 확대하는 은행권, 노림수는 ‘이것’
[금융리뷰] 대출기간 확대하는 은행권, 노림수는 ‘이것’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5.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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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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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기본보다 늘린데 이어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질보다 양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多进行益善(다다익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만기가 늘어나면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는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속에서 대출 가능한 총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개월째 가계대출 잔액이 뒷걸음치는 가운데 대출 상품의 분할상환 만기를 늘려 대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는 만큼, 신용·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신용대출 만기 5년→10년 확대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분할상환방식 신용대출의 대출기간(만기)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일반 신용대출의 최장 만기는 5년이다. 연체 중인 신용대출자 등 특수한 경우 일종의 ‘연착륙’ 프로그램 차원에서 10년 만기를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신용대출의 만기로 처음부터 10년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 최초라는 게 KB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실수요 대출자의 월별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며 “실질적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ebt Service Ratio) 산정 과정에서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를 0.2%포인트(p), ‘KB스타클럽 신용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달 5일부터 하향 조정한 주택담보대출(최대 0.45%포인트 인하)·전세자금대출 금리(최대 0.55%포인트 인하)도 이달 말까지 연장 적용한다. 당초 인하 조치의 시한은 1일까지였다. 이에 따라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 금리는 3.31∼4.51%,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는 3.14∼4.34%로 유지된다. KB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3.42∼4.92%, 혼합형(고정)금리는 4.08∼5.58% 수준이다.

만기 40년 주택담보대출 잇따라 나와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만기 40년의 주택담보대출도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기존 33∼35년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21일 5대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35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한 것을 시작으로,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출시가 잇따라 예정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달 중순경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최장 35년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이르면 다음 주 40년으로 조정할 예정이고, NH농협은행도 이달 중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만기를 현 33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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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만기 확대로 한도 늘어날 듯

몇 년 동안 나눠 갚는 분할상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당연히 대출자가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 금리가 급등했고 미국 발 금리인상으로 한국은행도 이에 맟춰 당분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은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10년짜리 신용대출의 수요가 충분히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만기 연장 상품은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 축소뿐 아니라 대출 한도 증액 효과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 DSR 규제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카드론 등 은행권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연 원리금 상환액은 줄어들고, 그만큼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예를 들면, 이미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연 4%·30년 균등 분할상환)을 받은 연봉 7천만원의 대출자의 경우, 만기 5년짜리 분할상환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DSR 40%'를 넘지 않는 최대 대출 가능액은 4천460만원이다. 하지만 만기 10년짜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약 3천만원 더 많은 최대 7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오는 7월 규제가 강화돼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DSR 적용을 받는 만큼, 조금이라도 한도를 늘려야 하는 대출자 입장에서 만기가 길어진 대출 상품은 크게 유용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0년 만기 신용대출,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활용하면 월간, 연간 상환 부담이 줄어 총대출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다만 전체 대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총 이자액이 증가하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고 전했다.

근본적 이유는 이유는 ‘고객 모시기’

은행권으로서도 금리 상승 등으로 수개월째 가계대출이 감소한 만큼, 만기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낮춰 수요를 촉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02조1천983억원으로, 전월 대비 9954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1월(-1조3634억원)부터 2월(-1조7522억원)과 3월(-2조7436억원)에 이어 4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 추세로 미뤄 은행권 전체로는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째 뒷걸음쳤을 가능성이 커졌다. 때문에 대출 이자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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