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길 잃은 ‘주식 예탁금’...RP·발행어음에 ‘눈길’
[금융리뷰] 길 잃은 ‘주식 예탁금’...RP·발행어음에 ‘눈길’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5.1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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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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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부터 국내까지 증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방향타를 잃은 투자자들은 가장 보편타당한 안식처로 시중은행으로 돈을 이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갈수록 커져가는 증시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초조한 마음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행어음이나 RP(환매조건부 채권) 등의 이자도 올라가면서 대기자금을 안정적으로 불릴 수 있는 증시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는 모습이다.

예탁금도 이자는 붙지만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1조8063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에 투자하지 않고 증권계좌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 자산이다. 지난 1월에는 예탁금이 70조원을 넘었지만 이후 증시가 크게 조정받으면서 지난 3월부터는 60조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확실성의 확대로 주식, 채권 등 대부분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쉬는 것도 투자의 한 과정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금을 가만히 잠재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상품에 넣어 두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 계좌에 넣어 둔 예탁금에도 은행처럼 이자가 붙는다.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 명목으로 지급하는데 연 0.1~0.5%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놀고 있는 돈 60조원이 사실상 아무런 이자 없이 방치된 셈이다. 하지만 증권사 금융상품을 잘 살펴보면 은행 예·적금 못지 않게 이자를 쏠쏠하게 지급하는 예탁금 상품이 있다. 대표적인 게 발행어음과 RP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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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쏠쏠한 ‘발행어음’과 ‘RP’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하는 약속어음의 일종으로,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편리성과 환금성 때문에 대기자금 투자에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투자은행)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고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으며, 국내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곳에서 판매 중이다. 최근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발행어음 금리도 올랐다. 현재 발행어음을 발행하는 4개 증권사는 지난달 일제히 발행어음 이자를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했다. 1년물 기준 KB증권 발행어음이 2.65%로 가장 높다. 한국투자증권(2.55%), 미래에셋증권(2.55%), NH투자증권(2.4%)도 예적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RP 금리 역시 발행어음과 같이 이자가 오르는 상황이다. 대부분 증권사가 15~25bp씩 인상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의 경우 금리가 가장 높은 1년물 이자를 기존 1.45%에서 1.6%로 인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의 RP 1년물은 지난달 1.5%에서 1.75%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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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만사 귀찮다면

발행어음이나 RP를 직접 사고파는 것 조차 번거롭다면 증권사가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CMA 역시 투자 자산에 따라 발행어음형, RP형, MMF(머니마켓펀드)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자는 연 1% 중반대로 예탁금 이용료보다 2~3배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대표적 증시 피난처로 꼽히는 MM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MMF는 CP(기업어음), CD(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비록 연 수익률은 1%대지만 환금성이 좋고 원금 손실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증시가 불안할 때는 MMF로 자금이 몰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MMF 규모는 올해 초 136조6000억원에서 이달 10일 기준 174조4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27.7% 급증했다. 발행어음 등 상품이 생소하다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단기채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단기채 상품으로 'KODEX 단기채권', 'TIGER 단기채권액티브', 'ARIRANG 단기채권액티브' 등이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악재로 인한 증시 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여러모로 발행어음·RP 등 투자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 기획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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