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당기순익 1조2천억원
1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이른바 손보 ‘빅5’는 올해 1분기에만 1조2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DB손해보험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급증했다. 메리츠화재는 2222억원으로 70.4%, 현대해상은 1512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40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지만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받았던 특별배당금 약 1100억원(세후)의 영향이라는 것이 삼성화재 측의 설명이다. 특별배당금 효과를 제외하면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났다. DB손보 등 4개의 손보사에 앞서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108%가 늘어난 1431억원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이번 실적은 금융시장의 예상치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보험영업 부문이 예상보다 선방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순익 급증의 일등공신 ‘자동차’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 행진에는 자동차보험의 손익이 개선되면서 보험영업 부문의 적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손보사들은 대부분 보험영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투자영업 이익을 통해 만회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 1분기 보험영업에서 97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던 삼성화재는 올해 들어서는 관련 부분의 손익이 24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사업비율은 '20.1→20.7%'로 소폭 올랐지만, 손해율이 '82.0→78.7%'로 크게 개선되면서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100% 이하로 낮아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 특히, 주요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서도 80% 이하를 유지하며 지난해 대비 더욱 개선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자동차보험 사업을 영위하는 12개 손보사들의 평균 손해율은 83.3%였지만, 올해 1분기에 이 비율은 79.6%로 3%포인트(p)가량 추가로 개선됐다. 80% 수준의 손해율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에도 자동차보험 흑자 기조가 유지된 셈이다. 다만,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코로나19 '반사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보험료 인하 영향까지 맞물리면서 2분기부터는 자동차보험 부문의 실적을 가늠하기 쉽지 않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오미크론 확산 영향과 우량계약 증가 등 내부 노력에 힘입어 예상보다 좋았다”면서도 “4월부터는 거리두기 해제로 사고율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 긴장감을 느끼고 변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손해율도 개선
손보 ‘빅5’는 순이익 급증 뿐만 아니라 손해율도 함께 개선됐다. 손해율은 보험사로 들어온 보험료 중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DB손보 77.2%, 메리츠화재 73.1%, 현대해상 79.1%, 삼성화재 74.5%, KB손보 74.6% 등으로 지난해보다 모두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손해율은 DB손해보험 79.5%, 메리츠화재 77.5%, 현대해상 81.2%, 삼성화재 81.9%, KB손해보험 81.5% 등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운행량 및 사고율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고 백내장 등 모럴리스크 제어를 통해 장기보험 손해율도 줄어들었다”며 “보장성 보험 실적이 전년에 비해 다소 둔화되면서 사업비율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RBC 악화는 ‘고민’
다만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은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 가치 하락으로 모두 악화됐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기준 305.4%에서 271.3%로 줄었고 현대해상은 203.4%에서 190.7%가 됐다. DB손보 역시 203.1%에서 188.7%로 감소했다. KB손보는 179.4%에서 162.3%로 메리츠화재는 207.5%에서 178.9%로 떨어졌다. RBC는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RBC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RBC를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보다 더 높은 150% 수준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손보사들이 호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올해부터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적용돼 RBC비율이 올해까지만 유효하지만, 여전히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기 때문이다. RBC 비율이 150%에 근접한 손보사들은 상반기에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 자본확충을 준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내년에 제도가 바뀌긴 하지만, RBC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반기 내에 최대 3000억원 수준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