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전세계적으로 ESG가 대세인 시대이다. 특히 기업의 투자유치에 ESG라는 세글자만 붙으면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SG는 악마의 화신이라는 생각에 점점 더 강한 확신이 든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테슬라 측도 공식성명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ESG 펀드에 맡긴 돈이 기후를 악화하는 기업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 제외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이같은 강력한 발언의 배경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이하 S&P)가 지난 2일 기준으로 S&P5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S&P500 ESG 지수는 ESG에 대한 각 기준을 충족하는지 점수를 매겨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ESG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의 경우 이 지수를 참고해 편입된 종목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S&P500 ESG 지수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포함돼 있으며,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 모빌도 편입돼 있다.
S&P 측은 지수에서 테슬라를 배제한 이유가 ‘저탄소 전략 부족’과 ‘비즈니스 행동 강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P 관계자는 “테슬라가 내연기관차를 도로에서 줄이는 데 기여했다 하더라도, 동종 업계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NBC는 “테슬라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겠지만, (테슬라는) 올해 2월 수년간 대기 청정법을 위반하고 차량의 탄소 배출량 추적을 소홀히 한 데 대해 환경보호국의 조사를 받고 협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테슬라가 1분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에 폐기물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사용 후 배터리에 반환 규정을 어긴 이유로 벌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는 또 프리먼트 공장 내 노동자들을 인종 차별했다는 혐의로 지난 2월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DFEH)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DFEH는 테슬라가 흑인 노동자들에게 유독 육체적으로 힘든 일과 위험한 일을 배정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도 작년 테슬라의 노동 정책이 불공정하다고 언급했다.
ESG 펀드 옥석가리기 시작
테슬라가 ESG 지수에서 제외되는 것을 시작으로 SEC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의 요건을 강화해 향후 수많은 ESG ETF(상장지수펀드) 사이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SEC는 ESG 투자의 인기를 업고 겉으로만 ESG 펀드를 표방하는 상품들을 차단하는 제도 마련에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두 가지 규정을 만들어 제시했다.
먼저 펀드 이름에 관한 규정을 정했다. 특정 유형의 투자를 암시하는 이름의 ESG 펀드라면 해당 유형에 자산의 최소 80%를 투자토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명실상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펀드 이름만 보고서도 자신의 목적에 맞는 펀드를 골라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SEC는 투자 프로세스에서 ESG를 고려하는 펀드들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ESG 관련 목표를 달성하려는 유력 펀드는 해당 목표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 등 진행 상황 측정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SEC는 기업이 제품, 운영·서비스 등과 관련해 ESG 지표를 과장하거나 잘못 표현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마케팅 관행인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막기 위해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ESG 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겐슬러 의장은 또 “ESG는 다양한 투자와 전략을 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꼼꼼한 검색을 통해 전략의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가 SEC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SEC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상장기업 대상으로 기후변화 위험이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 기업 경영이 환경·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 등 추가 정보를 공개하는 규칙을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시장정보 업체 리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세계 ESG 펀드 규모는 2019년 2천850억 달러(약 362조원)에서 2020년 5천420억 달러(약 687조원), 2021년 11월 현재 6천490억 달러(약 822조원)로 성장, 현재 세계 펀드 자산의 약 1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