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값싼 니혼(일본)’...이유가 있었다
[금융리뷰] ‘값싼 니혼(일본)’...이유가 있었다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6.0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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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출처=픽사베이
일본 엔화/출처=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엔화 가치의 추락이 끝을 모르는 듯하다. 100엔당 950원 선이 붕괴되면서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9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100엔당 936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일 무너진 950원 선이 처음 무너지고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달러 대비 환율에서도 엔화의 약세는 뚜렷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을 기준으로 1달러당 134.0854엔을 가리켰다고 보도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4월 이미 2002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간 상태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113엔대였는데, 반년도 안되는 사이 엔화 가치가 17% 급락했다.
최근 1년간 원·엔 환율 추이/출처=하나은행
최근 1년간 원·엔 환율 추이/출처=하나은행

엔화 가치 하락하는 이유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각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와중에도, 일본이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초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 중이다. 시중에 돈이 계속 풀려있게 해 일본의 만성적 저물가·저성장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이다. 엔화 가치가 내려가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일본의 관광 수입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는 수입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원유 등 주요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일본은 원자재 수입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국민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때문에 일본 현지 언론들은 ‘값싼 니혼(일본)’이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내놓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엔저 기조를 계속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왜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환율은 서로 다른 통화끼리의 상대적인 가격이다. 그리고 금리는 자국 통화의 가격이다. 이 둘을 연결해 생각해보면 환율은 두 나라 금리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가 더 빨리 오른 통화의 가치가 상대국 통화보다 강세인 셈이다. 현재 미국 금리는 오르는데 일본 금리는 그대로니까 달러는 강세, 엔화는 약세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금리를 절대 올릴 수 없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유는 일본 정부 부채가 GDP의 266%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1%만 올라가도 일본 정부는 GDP의 2.7%를 이재로 내야할 처지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그렇다고 엔화 약세를 방관하기에는 수입 물가가 부담이다. 가뜩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력이 거센데 엔화 약세가 수입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엇박자였던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통화정책으로 단기적 수요는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요가 만성적으로 부진한 건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고 기업이 해외로 이전해 근로자 월급이 오르지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데, 이를 통화 정책 같은 단기 처방으로 대응했으니 애초부터 해결은 어려워 보였다.

왜 엔저를 고집할까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엔저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만성적인 저물가를 끌어올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물가 상승만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면 미래에 사용할 물량을 먼저 구매하면서 일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형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이다. 소비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근본적인 방안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일본은 저축 성향이 높고 매우 고령화된 사회이다. 부연하면, 소비가 되살아나기 힘든 구조의 사회이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 중앙은행은 오랜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으로 엔저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당장 통화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통화 긴축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임금 인상률이 낮은 만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의 진짜 속셈은 엔저를 통한 수출 장려로써 경제를 활성화 해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벌이는 수출 분야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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