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이 회자된다.
‘별의 순간’이 아닌 ‘벌(罰)의 순간’도 있다.
정치판에서 별의 순간은 대권의 순간이다. 츠바이크는 ‘별의 순간’을 놓치거나, 맞서거나, 비켜가는 순간 ‘벌의 순간’이 된다고 섬찟하게 경고한다. ‘벌의 순간’을 피하고 ‘별의 순간’을 완성된 결실로 연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별을 땄으면 달도 따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직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치열한 준비를 하고 감동스런 내용을 무겁게 채워야 한다. 어디로 배를 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지도자는 국가의 원대한 비전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디자인하고 명쾌하게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동력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에서 나올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똑똑한 머리보다 대담한 가슴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는 단단한 나무에 천천히 그리고 강력하게 구멍을 뚫는 일과도 같고, 여기에는 정열과 냉엄한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별의 순간’은 그것으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숱한 사색과 고뇌와 불면의 밤이 동행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그대, 대권을 꿈꾸는가?
대통령은 차가운 북풍을 뚫고 역사의 기관차를 힘차게 몰고 갈 기관사, 역사의 키잡이다. 폭풍우 속의 키잡이는 방향과 침로를 잘 잡아야 한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 사람인 존 애담스는 초대 부통령과 2대 대통령직을 맡았다. 그의 아들 존 큇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정치와 전쟁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나의 자식들은 수학과 철학을 연구할 만한 자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나의 손자들 세대는 그림과 시, 음악 그리고 조각 등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다.” 가히 만고의 진리다. 이런 바탕위에 ‘별의 순간’을 더 빛나게 하려면 분단⸱민족모순을 극복하고 한반도를 뛰어넘어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말 달리던 그 땅, 북방을 바라보는 배짱 있는 기개와 원대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대전략이자 국가방략이다. 이같은 거대담론이 없는 가슴이 차가운 사람은 소아병적 현실투항주의, 대중추수주의에 쉽게 자신을 팔아 버린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통일한국 건설이라는 숙명적 소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못지않게 대권을 꿈꾸는 자의 가장 약한 고리는 ‘대세론’의 자기함정이다. 선거는 찻잔 속에 있는 유권자의 마음을 훔쳐 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믿었던 신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순간,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유권자다. 찾잔 속의 폭풍은 이윽고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고 대세론이라는 신풍(神風)을 잠재워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하게 된다.”고 질타했던 포항제철의 신화 박태준 회장을 소환해 본다. 이 또한 만고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별의 순간’을 더 빛나게 하려면 낮추고 또 낮추어야 한다. 자만 뒤에 자멸이 온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훅하고 한방에 날아갈 수 있다. 이것이 선거다.백병훈 약력
건국대학교 비교정치학 박사 프라임경제 신문 주필⸱사장 민족사학 진산대학 부총장(추진위) 국가연구원장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정치심리공학회장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