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毒)이 된 금리 상승
한국 주가가 이웃나라인 대만이나 일본보다 크게 하락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된 2020년 5월부터 기준금리 0.5%를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8월부터 현재(1.75%)까지 금리를 1.25%p(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일본은 2016년 금리를 0.1%로 낮춘 후 현재까지 계속 동결했고, 대만은 올해 0.375% 인상에 그쳤다. 문제는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몇 번이나 더 밟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내부 자료를 분석해 연내 기준금리가 4~7%까지 올라야만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 기준금리는 1.5∼1.75%다. 이번 정례회의 전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물가 정점론’이 힘을 얻고 있었던 만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공개 후 실망 매물이 과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나 오르며 41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예상치 8.3%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물가의 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한번 무너진 만큼, 이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위한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고 우려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 및 컨센서스 하회가 한두 번 나타나는 것으로는 증시가 기술적 반등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의 안정이 시급하다며, 9월은 돼야 물가 정점 통과를 확인하고 우리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가 경기 침체를 수반한다면 상승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는 전망했다.걷잡을 수 없는 외국인 매도 ‘폭탄’
한국 증시 하락 이유로 금리인상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걷잡을 수 없는 외국인 매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초 40%에 육박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최근 30%대로 급락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너무 높았던 한국 투자의 비중을 줄이는 게 조금 더 낫겠다는 단순한 판단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 매도세는 꾸준히 진행됐다. 올해 연초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3조4739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이 하루 열릴 때마다 1220억원을 순매도한 셈이다. 월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은 2, 5월을 제외하고는 순매도했는데, 특히 6월의 경우 20일까지 하루 평균 350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 들어 매도세가 강해진 셈이다.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환율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주식을 매도하는 만큼 달러가 국내에서 빠져나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2일 기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3.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0원이나 급상승했다. 이는 13년만에 최고치다. 코스피 전체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4월에는 하루 평균 10억4885만주, 10조8670억원에서 6월엔 6억3213주, 9조3030억원으로 감소했다. 외국인의 움직임에 지수가 더 크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외국인의 수급에 더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의 매수 여력이 많고 투자심리가 적극적이었다면 외국인 매도세를 적극적으로 받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