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증권사, 요즘 ‘이것’ 때문에 떨고 있다
[금융리뷰] 증권사, 요즘 ‘이것’ 때문에 떨고 있다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7.08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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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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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전세계는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먼트(자금 대이동) 현상이 일어나면서 증권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금리 시대는 증권가의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지는 탓에 보유하거나 운용 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급속도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다른 업계에 비해 단기자금조달 비중이 높다.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단기 금융상품의 조달금리가 뛰면 차환(채권 재발행으로 기존 채권 상환)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도 판매금액에 비례해 의무적으로 채권을 보유해야 하는 만큼 금리에 따라 손익이 엇갈리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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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이익 60% 증발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채권처분이나 평가손실 등으로 낸 채권 관련 손실은 올해 1분기에만 1조3652억원에 달했다. 2021년 한 해 채권으로 거둔 이익 2조1639억원의 60% 가량을 한 분기 만에 증발한 셈이다. 특히, 1분기 막바지던 3월28일 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747%까지 급등하며 201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는 연초 금리 1.855% 대비로는 상승 폭이 거의 1%p(포인트)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로, 이처럼 금리가 급등하면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관련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상승 분위기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5번에 걸쳐 금리를 올렸는데 인상 폭은 모두 0.25%포인트 씩이었다. 하지만 이달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부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 같은 전망은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6.0% 급등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는 데 기인한다. 즉,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전망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달 빅스텝 이후 8월과 10월, 11월 열리는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금리가 0.25%포인트씩만 올라도 연말이면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인상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과 여당 물가특위(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의 압박으로 통화정책 측면에서 정책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3.00%까지 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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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산 대비 채권 비중 너무 높아

올해 들어 금리가 급상승하는 사이 국채금리는 더욱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7일 3.745%까지 치솟으며 2011년 8월4일(3.77%)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3월말보다는 1%포인트 가량, 연초 대비로는 2%포인트 가까이 뛴 수치다. 국고채 1년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2.981%까지 올라 연초 대비 1.6%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권업계의 채권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금액(시가평가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244조1000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비중이 39.3%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시장금리가 1~2%포인트 상승하면 적게는 1조600억원에서 많게는 3조3000억원까지 평가손실이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증권사 자금조달의 원천인 RP는 금리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단기금융시장에 포함된다. RP는 증권사가 채권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고 이후 약정금리를 더해 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부연하면, RP는 증권으로 분류되지만 채권을 담보로 자금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차환 리스크가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콜머니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어음 등 증권사의 단골 취급상품 모두 단기금융시장에서 거래돼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지난 1분기와 마찬가지로 2분기도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큰 폭의 시장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며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손실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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