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4163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월 기록한 6조2740억원 대비 1423억원(2.3%) 늘어난 수치로, 리볼빙 이월 잔액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이뤄진 2020년 2분기 이후 약간 주춤했다가 지난해 2분기부터 급증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한 이후 5개월 만에 3340억원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인한 수요 증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에 따라 카드론 수요가 리볼빙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리볼빙 서비스 중 신용카드 결제금액 상환 일자를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의 경우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추가 대출 수요가 리볼빙으로 유입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DSR 기준 자체가 기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 점도 리볼빙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볼빙 이용이 증가한 건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그만큼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볼빙은 결제 수단에 따라 결제성(카드)과 대출성(현금서비스)으로 구분된다. 카드를 사용할 때 분할 결제 기간을 정하는 할부와 달리, 리볼빙의 경우 일시불로 결제한 뒤 납부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카드값을 한 번에 결제하는 부담을 줄이고 연체를 막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나, 이월한 금액에 상당히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리볼빙은 허가 받은 ‘사채?’
올해 1분기 기준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4.83~18.52% 수준으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의 상단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한 것이다. 대표적인 고금리 대출로 잘 알려진 카드론과 비교했을 때도 금리가 높다. 조금 과장해서 표한하면 사채 이자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 연 12.52~14.51%와 비교하면 리볼빙 평균 금리가 하단 2%포인트, 상단 4%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금액이 연체될 경우 최대 3%의 가산금리가 적용돼 더 비싼 이자율이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고금리 대출 성격을 띠는 리볼빙 잔액이 향후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부터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 규제인 DSR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전체 금융권 대출잔액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은행 기준 연소득의 40%(비은행 50%)를 넘길 수 없게 된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억원 이상 대출 보유자에 한해서 시행돼 온 규제가 이달부터 1억원 이상 대출 보유자로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대출 고객 기준으로 29.8%, 대출액 기준으로 77.2%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7개 카드사 만난 이복현 금감원장
이같은 상황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여신전문금융회사 CEO들과 간담회에 “리볼빙 불완전판매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리볼빙 설명서 신설, 취약차주 가입시 해피콜 실시, 금리산정내역 안내, 금리 공시주기 단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결제성 리볼빙은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 있지만, 금융소비자법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여전사의 유동성·건전성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7개 카드사와 7개 비카드사 CEO들이 참석했다. 우선 이 원장은 여전사 건전성에 대해 당부했다. 그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DSR 3단계 조치 이후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 발생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를 업계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6월 이후 여전채 스프레드는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을 상회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대주주 지원방안(유상증자, 자금지원 등) 확보를 통해 만기도래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