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손절하고 떠납니다. 마누라 옷 한 벌이나 해 줄걸. 괜히 저점이라고 들어왔다가 눈물 쏙 빼고 갑니다”
이같은 발언은 물적분할의 대표적 희생양인 LG화학의 한 소액주주가 주식을 전량 처분하면서 종목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자회사로 만들고,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 분할을 일컫는 네 글자이다. 이는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자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과 대비된다.
지난해 말 LG화학은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부문만 따로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며 물적분할했다.
물적분할 당시 “핵심 사업의 분사는 LG화학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까지 올리면서 소액주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결과는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15일 오후 2시 기준 51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3개월 최저가(45만5000원)보다 회복했지만, 100만원을 넘던 리즈 시절을 기억하는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 3월 7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물적분할’로 기업의 소유구조가 바뀔 때 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책 등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안에 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개정안은 ‘자율 규제’ 성격이 강해 부족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물적분할 시 일반주주 보호 문제 대책 추진”
윤석열 정부 들어서 금융당국이 물적분할에 대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 보호 방안' 정책세미나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일반주주 보호 문제는 투자자의 관심과 문제인식이 높은 사안임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물적분할을 진행할 때 자회사 상장계획 등 기업의 구조개편 계획과 주주 보호 방안을 공시토록 해 일반주주들이 보다 충실한 정보를 가지고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물적분할 자회사가 모회사와 중복해 상장할 때에는 모회사가 주주 보호를 위해 얼마나 충실히 노력했는지 심사하고 미흡할 경우에는 상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물적분할에 반대하지만, 그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엑시트(exit)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호대상 모회사 주주 확정문제, 상법상 신주 주주배정 원칙과의 조화여부, 자회사 상장전 모회사 주가 변동성 확대 등의 장단점과 현실적 한계를 추가적으로 꼼꼼히 검토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긴축 모드로 전환되면서 우리 자본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들과 함께 최소한의 비용과 충격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 우리 증시가 더 빠르고 큰 폭으로 반등하고, 대내외 위기 시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수요 기반을 조성하는 일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우리 자본시장에 고착화된 디스카운트 요인들을 차근차근 해결하겠다.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연내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들 “하루빨리 꼼수 사라지게 해달라” 성토 이어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소액투자자들은 하루빨리 물적분할 꼼수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보완책과 함께 처벌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XXX할 해먹을 X들은 벌써 다 해 먹고 시장 상황이 이런데 뒷북은” “제발 빨리 좀 해라. 한국조선해양 XXX다” “서둘러 주세요. 법 개정 전에 양XX짓 마무리하려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핵심자회사 상장은??? 물적분할 상장 규제하는데 솔직히 이미 다 분할할 곳은 다 분할해놓고 자회사화 거의 다 해놨는데”
“서둘러서 법령화되길. 소액주주들 어찌 되든 상관없고 지들 배만 채우는 상장기업 대주주 X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검토만 하지 말고 좀 실천해라. 정말 짜증 난다. 윤정부는 실행하는 게 없다”.
“하고한 날 검토한다, 고려한다, 간 보기만 하다가 재벌 로비에 접은 게 한두 번이냐? 이X의 정권은 여가부 폐지, 군인월급 200만원, 공매도 제한, 환율 1300원 방어, 주가 2500 방어 등등. 주XXX만 놀려놓고 행동한 게 뭐가 있냐? 제일 짜증 나는 정치꾼들이 혓바닥만 놀리는 것들이야” “물적(분할)할 경우 주체가 100% 공개매수 후 하는 거로 합시다”
“물분하면 유증으로 대주주도 참여해서 자금 조달하게끔 강제하는 거부터 고민해야지. 본질은 건너뛰고 모하는 겁니까? 대주주X들만 꽁(공짜)으로 돈 조달하네”
“잘하는데 기존 소액주주 등쳐먹은 악질들 처벌합시다. 지주사 법적으로 소액주주 보호장치 마련해야 한다. 순이익 40% 의무배당, 오너와 특수관계인 지분 30% 초과 못 하게 하든 오너일가 배부르게 하고 증권시장 교란하는 지주사 손봐야 한다”
“이것저것 누더기식으로 법 만드는 것보다 기업의 이사회 규정에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조항 넣고, 만약 주주 권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을 시 법적으로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미국처럼 왜 자꾸 누더기식 법만 만들려고 하냐구 아휴”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면 최소 20년형이야”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 2200선까지 위협받는 등 지난 2년과는 전혀 양상이 다른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친 현상이기도 하지만 선량한 투자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개미들의 눈물이 피눈물이 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