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이언트 스텝’
27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2.25~2.50%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들어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단행했다. 연준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50%포인트 인상한 것은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큰 인상 폭이다.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배경은 단연 물가다. 미국은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상승했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 발표 이후 "양호한 물가지표를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나빴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이며 물가안정은 경제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9월 있을 회의에서도 이례적인 큰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정할 일은 아니며 당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금융시장은 '안도’
이날 금융시장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일각에서의 관측이 빗나가고, 시장의 예상대로 0.7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436.05포인트(1.37%)오른 3만2197.59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2.56포인트(2.62%)오른 4023.61로, 나스닥 지수는 469.85포인트(4.06%)오른 1만2032.42로 자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 역시 안도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22.04포인트(0.91%)오른 2437.57로 장을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도 전일 종가 대비 7.3원 하락한 1306원으로 개장해 위험 자산 기피 심리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형성되는 불확실성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비상 거시금융경제회의를 열고 현안에 대해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과거 세 차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기에 모두 역전 현상이 있었지만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이 자본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9일 발표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단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는 선을 그었지만, 2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전망을 크게 하회하면 침체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가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인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지만, 이 차이를 오래 유지할 경우에는 외인자금유출, 원화 약세 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역시 물가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고 있지 않은 점 역시 한은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6% 상승하며 지난 1998년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강력한 금리 인상, 과연 물가 잡는 효과 있나
이와 관련 서영경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27일 있었던 '한은 금요강좌' 특별강연에서 "당분간 물가상승률은 6%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에 당분간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금융연구원의 “금리 인상 기조의 유지가 국내 물가 안정과 달러/원 환율 충격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열린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의 영향과 시사점' 세미나에서 "금리 인상 기조의 유지는 국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현태 연구위원은 모델 분석 결과 연준이 현재 시장의 예측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충격 첫 해에 연간 약 0.7%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약 16% 상승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연준이 3분기에 걸쳐 총 350bp의 금리인상 충격을 가한 것으로 가정해 도출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화해 현재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인상(총 450bp)이 있는 충격 확대 시나리오의 경우에 GDP는 첫해 연간 약 0.8%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약 19%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상승하는 변수도 있다. 총 450bp의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CDS 상승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복합 충격의 경우 우리나라 연간 GDP는 첫 해 약 1.2%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약 2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고(高)인플레이션이 장기화돼 물가 수준에 대한 경제 주체의 관심이 올라간 상황에서는 가격 조정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져 더욱 높은 물가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가 이런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향후 더욱 고강도의 긴축이 불가피해지고, 외국인 자본 유출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1970년대 연준이 고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비교적 완만하게 통화긴축에 나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