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돈 다루는 은행에서 횡령이라니”...강화하는 명령휴가제
[금융리뷰] “돈 다루는 은행에서 횡령이라니”...강화하는 명령휴가제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8.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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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본사 전경./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사 전경./출처=우리은행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원인 중 하나로 명령휴가제와 순환근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지목됐다. 명령휴가제란 금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곳에 근무하는 임직원에게 불시 휴가를 내리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회사가 금융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내부통제 제도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이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직원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금융당국은 장기근무자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명령휴가제 대상 직원 15.6%뿐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전체 직원 5만5286명(신한은 1월 기준) 중 의무 명령휴가 대상 직원은 15.6%에 불과했다. 은행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의무 명령휴가 적용 직원 비중(5%)이 가장 작았고, 이어 KB국민(14%), 신한(19.4%), 우리(22.7%) 순이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영업점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의무 명령휴가를 적용하고 있고, 향후 본부 직원들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의무 명령휴가 대상이 아닌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가나 연수, 출장을 가는 경우 감사를 진행하는 대체 수단을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의무 명령휴가 제도의 대체 수단까지 포함할 경우 하나은행 전체 직원 중 약 91.9%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은행 측의 감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전체 직원 중 약 80%가 대체 수단을 포함해 자리를 비울 시 검사 대상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의무 명령휴가 외 대체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불시에 휴가를 부여하는 의무 명령휴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인이 계획한 휴가 기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휴가 일정에 맞춰 미리 서류 등을 조작할 수 있어 내부통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직원들의 사고 예방을 위한 순환근무제를 적용받지 않는 직원 비중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4월 기준 4대 은행 직원 5만5568명 중 순환근무 대상이 아닌 직원 비중은 23.2%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36.9%)이 가장 많았고, KB국민(21.1%), 우리(19.6%), 하나(14.4%)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본부의 순환근무 주기가 7년으로 가장 길었고, 서울과 수도권, 지방 광역시는 5년, 그 외 지역의 영업점은 최장 10년까지 주기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을 저지른 우리은행 직원의 경우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실은 이 뿐안이 아니다. 시중은행은 은행 내에서 발생한 법규 위반, 부당행위를 고발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에도 소극적이었다. 2015년부터 2022년 4월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총 227건의 내부고발이 있었지만 포상금 지급 등 인센티브가 부여된 건 11건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은 7년간 70건의 내부고발이 있었지만 인센티브가 부여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내부고발 직원에게 은행장 표창을 하기도 했다. 이용우 의원은 “최근 은행의 횡령 사건과 가상자산 관련 이상 외화송금 사건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된 결과”라며 “경영진의 무관심과 영업우선주의적 태도가 이를 형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DB
금융감독원 전경./출처=파이낸셜리뷰DB

금감원, 내부통제 개선방안 추진

이용우 의원을 비롯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횡령 등 은행 금융사고에 대한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자 금감원이 명령휴가제를 강화하고 경영진 책임을 묻는 등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은행권 내부통제 개선 전략과제' 초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명령휴가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강제력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 내 직무 분리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는 한편, 금융사고 예방 지침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장기 근무 직원의 인사관리 기준도 마련하고 사고 위험 직원의 채무 및 투자 현황 신고 의무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시스템 접근 통제 고도화를 추진하고 채권단 공동자금관리 검증을 의무화하며 자금 인출 단계별 통제 강화, 수기 문서의 관리 및 검증 체계 강화도 검토한다. 이 역시 우리은행 직원이 채권단 공동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00여억원을 횡령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은행 준법감시부서의 역량도 높인다. 준법 감시 부서의 은행별 최소 인력 확보 기준을 제시하고, 주요 분야 전문인력 확보도 의무화한다. 준법 감시인 자격 요건을 강화해 선임 조건에 관련 업무 종사 경력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감원의 감독과 검사도 강화된다. 경영 실태 평가 시 내부 통제 부문을 독립 평가 항목으로 분리하고 내부 통제 평가 등급을 종합 등급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사고의 검사 및 내부 통제 감독도 강화해 거액 금융사고 발생 시 현장 검사를 하고 시재금 검사 등 은행 영업점에 대한 샘플식 현장 점검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금융 사고가 나도 정작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들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도 협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및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10월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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