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대한민국 왜 이러나, 아직도 자살율 세계 1위
[백병훈 칼럼] 대한민국 왜 이러나, 아직도 자살율 세계 1위
  • 백병훈
  • 승인 2022.08.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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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2022 자살예방백서>를 펴냈다. 통계청은 이를 공식화 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세계 1위이며, 회원국 평균 자살률 보다 2.2배가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뭔가 한국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한국사회가 깊은 병에 걸려있다.

우선 통계를 살펴보자. 2020년 한국의 자살자 수는 전년 대비 4.4%가 줄어 든 1만 3,195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5.7명이고 하루 평균 36.1명이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가장 많았다. 10대는 9.4% 늘었고, 20대는 28.7%로 가장 높았으며 이중 여성 자살률은 16.5%나 증가했다. 자살시도 역시 20대가 28.7%로 가장 높았다.
자살의 원인은 남자의 경우 10대와 20대는 정신적 어려움, 30대~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이 컸다. 이처럼, 한국의 자살인구는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하여 매년 1만3천여 명을 기록해왔다. 2011년에는 하루 평균 43.6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 경제대국 10위 대한민국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결과 한국의 자살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 다음 순서로 이어졌다. 그래서 자살공화국, 세계 1위라는 불명예가 따라 붙었다. 한국사회가 깊은 병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 프란체스코 피코(1469-1533)는“인간은 일대 기적”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살아있는 것이 생이며 희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우울증, 피해망상, 스트레스, 경제적 고통, 고립과 고독, 질병, 염세주의, 분노, 좌절, 억울함, 창피함, 인간존엄성의 삭탈, 실연, 현실도피, 환경 부적응, 종말론, 명예, 영웅심리 등 피할 수도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자살충동의 기제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범죄행위이자 자기죄악인 자살의 암흑 속에서 한 사람의 생명은 구출되어야 한다. 미숙한 생각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그 삶을 내세와 바꾸는 어리석음의 행진을 멈추게 해야 한다.

사회공동체 구성원 우리 모두가 죄인

어리석음의 행진은 금년에도 자살률 세계 1위, <자살예방백서> 9번째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루 평균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하고 있다.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책임이며,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길을 택하고 있다는 것은 병리학적 요인은 물론, 우리사회가 사회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면서 국가의 개인적 인권보장을 명령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살문제는 당사자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사회적 문제이다. 더 이상 외면하거나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 20~30대 젊은층과 1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체계에 비상등이 켜져 있음을 상징한다. 어린 10대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가정교육, 사회교육, 학교교육이 실패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대학입시만능주의’는 심리적 대처능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을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안내했다. 이 실패의 늪에서 인성은 파편화됐고, 생명의 존엄성은 사라졌다. 늘 가까이 있어야 할 생명윤리, 생명존중문화는 설 자리가 없었을 터이다. 학습은 있으되‘인간의 얼굴’을 한 교육이 없는 기형적 교육 가치관과 시스템이 우리 교육을 지배해 온 결과였다. 이를 증명하듯 어느 사회기관의 조사는 자살충동 경험자 중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한 시기가 10대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이 76.4%였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도 소리 없는 외침으로 세상을 향해 애절한 구원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사회가 더 늦기 전에 그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극단적 선택의 문턱에서 당사자들은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겠는가. 그를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모두의 슬픔이다. 사회공동체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이런 결과가 쌓이고 또 쌓이면‘개인의 자살’이 아니라 희망과 비전을 상실한‘국가 자살’의 길로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 또한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런 뜻에서 자살시도자에 대한 관리체계를 보다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자살시도 경험자가 자살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25배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서둘러 자살고위험군의 자살시도에 대한 의료계를 비롯한 전사회적 차원의 사회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뿐이 아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 이어 우울증 치료제 미복용도 최하위 1등을 기록했다. 우울증과 같은 일상의 정신질환에 대해 전문적 치료를 받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물밀 듯 밀려오는 사이버공간상의 치명적인 유해정보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 한국은 11년 전, 관련 법률을 만들고 매년 9월10일을 “자살예방의 날”로 정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자는 불행한 법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썼다. 희망이 늘 곁에 있다는 위로와 격려가 있어야 한다. 자살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계획하는 사람, 실행하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의 가족이거나 사회 구성원이다. 살아있는 자들의 진지한 성찰이 지금 필요하다.

백병훈 약력

건국대학교 비교정치학 박사 국가연구원 원장 프라임경제신문 사장 한국정치심리공학회 회장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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