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만 팔아선 힘들어”...설계사 ‘급감’
19일 보험업계와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 전속 보험설계사 등록 인원은 6만8천958명으로, 1년 전 대비 2만5천662명(27.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설계사 조직을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의 판매 자회사로 분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전속 보험설계사는 2020년 말 각각 2만374명과 3천768명이었지만 판매 자회사로 분리 후 한 명도 남지 않았으며, 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후 이직 등에 따라 1천700명가량이 감소했다. 판매 자회사 설립과 합병을 제외하더라도 생명보험사 전속 보험설계사는 감소세인데,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 전속 보험설계사는 2016년 말과 비교하면 4만4천601명, 무려 39.3%나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는 생명보험사들이나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자사 생명보험 상품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결과라고 생보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이같은 추세는 MZ세대에서 더 뚜렷하다”며 “다른 보험사의 손해보험 상품을 함께 취급해 영업의 효율을 올리고 성장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자 해외로”
이처럼 어려운 국내 사정을 뒤로 하고 올해도 생명보험업계의 해외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생보업계는 각종 규제가 상존하는 만큼 직접 해외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현지법인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을 사용한다. 가장 각광을 받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39세 이하 인구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 데 반해 보험 침투율은 5% 미만인 '블루오션'이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가운데 가장 먼저 베트남에 깃발을 꽂은 한화생명은 탄탄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현지법인에서만 약 80억원 규모의 순익을 내며 3년 연속 흑자 릴레이를 이어왔다. 한화생명은 판매 채널과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준 수입보험료는 시장에 처음 진입한 2009년과 비교해 100% 이상 성장했다.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에 의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업 설계사 조직(FTA) 확대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 깔린 점포만 140여개에 달한다. 진출 초기에는 저축성보험 위주로 영업을 시행했으나 현재는 보장성보험, 변액보험 등 상품 저변을 확대한 상태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 전용상품을 개발해 아직 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까지 포괄하겠다는 복심이다. 이를 위해 현지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비엣유니온' 등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도 베트남을 해외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다만 앞서 미얀마를 거점지로 추진하던 해외 진출이 군부 쿠테타로 무산된 만큼 자회사인 교보증권을 통한 우회적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교보증권 벤처캐피탈(VC) 사업부는 지난 상반기 동남아의 우량 핀테크,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선보였다. 이는 교보생명의 해외 진출 전략과 맞닿아있다. 교보생명은 동남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와 업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 발판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동남아 펀드'를 기점으로 교보생명의 신남방 진출이 진척될 가능성이 크다. 교보증권 VC사업부도 투자처를 고를 때 해당 회사가 교보금융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라이프,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미래에셋생명 등도 최근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이미 현지에 진출한 지주 타계열사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현지 생보사인 프레보아베트남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했는데 특화 상품인 변액보험 위주로 활발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타 생보사와 달리 해외 거점을 태국과 중국에 두고 있다. 다만, 지분투자 등 현지법인 제휴를 통한 동남아 시장 진출은 꾸준히 타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제반으로 기획실 밑에 있던 글로벌사업팀을 자산운용본부로 신규 편제했으며, 인수합병(M&A)기획파트와 M&A추진파트로 나눠 해외 자산운용 및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보업황 침체가 길어지면서 시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신흥국가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체투자 등 해외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장조사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보험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사내 스타트업 육성하자”
‘사내 스타트업 육성’은 최근 생보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순이익이 들쑥날쑥하면서 영향을 덜 받는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공통적으로 인식해서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등 주요 생보사들 모두 사내 벤처 혹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프로세스 및 조직을 구성하고 직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선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해 1월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만들고 이달 9일 4기 심사에 들어갔다. 1~3기까지는 사업 주제와 관련된 임원들이 심사를 했지만 4기부터는 직원들도 심사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생명 4기 사내 스타트업에는 ▲기한임박 식품 중개 ▲약 복용 알림 서비스 ▲부동산 직거래 ▲아동 금융교육 플랫폼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2~3명이 팀을 이루어 시장조사에서부터 실행전략까지 사업을 구체화한 후 최종발표회를 통해 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삼성생명은 1~3기까지 총 7개의 사내 스타트업팀을 지원 대상으로 선발했다. 이 중 5개 팀의 아이디어가 사업화 단계다. 1기 사내 스타트업 아이디어로 선정된 '보험금 찾아주기 서비스'는 이달 중 오픈할 예정이다. 교보생명도 그동안 '파일럿(Pilot)' 개념으로 운영하던 사내 창업 아이디어 공모 제도를 올해 초 '교보 사내벤처제도'로 본격 출범시키고 창업 아이디어 발굴에 나서고 있다. 선발된 팀들은 사내에 별도 사무실 공간을 제공받고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관한 사업화 코칭도 지원 받는다. 사내벤처 제도로 선정된 1기 2~3개팀이 오는 10월 창업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사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를 출범시켰다. 신사업 발굴을 위한 프로세스를 운영 중인데, 이른바 '바텀업(Bottom-Up, 상향식)' 아이디어 발굴에 초점이 있는 경쟁사와 달리 '탑다운(Top-down, 하향식)' 성격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조만간 CIC 조직의 결과물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라이프는 사내 벤처로 시작한 헬스케어 서비스 '하우핏'을 기반으로 한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이미 지난 2월 출범시켰다. 신한큐브온 대표는 이용범 헬스케어사업팀장이 맡았고, 20여명의 인력으로 독립법인이 닻을 올렸다. 올해 들어 활발해 지고 있는 생보사 '빅4'의 이 같은 움직임은 확장성의 끝이 보이는 시장과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IT대기업)의 보험업 진출 등 안팎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아울러 다양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에 좌지우지 되고 있는 실적 흐름도 안정적으로 바꿔보기 위한 복안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생보업계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대부분 지난해 대비 악화됐다. 고금리로 실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생보사 자산구성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각사마다 대거 쌓아야 하는 변수가 작용해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이 여유가 있어서 사내 스타트업을 육성한다기 보다는 신사업 발굴에 있어 가장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생보사 빅4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사나 손해보험사들도 관심을 갖고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