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자사주 사들이는 제약업계, 목적은 제각각
[금융리뷰] 자사주 사들이는 제약업계, 목적은 제각각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8.23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25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는 22일 장 마감 기준 전일 대비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자사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줄어든 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우려 등 내·외부 악재 요인이 증가하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자사주 매입 목적은 제각각이다. 주주 친화 정책을 위한 선의의 자사주 매입을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하락장을 통해 비교적 저가로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을 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주주가치 제고 안간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약업계의 맡형격인 종근당홀딩스는 최근 NH투자증권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홀딩스는 지난 1년여간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해왔다. 2020년 10월 지주사로 전환한(2013년) 후 처음으로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해 10월(50억원)에도 계약했다. 다만, 이 기간에 실제 자사주 취득에 들인 자금은 각각 37억원, 9억원(계약 기간 종료 전)에 그쳤다. 종근당홀딩스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6만500원으로, 2차 자사주 취득 계약을 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 28%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는 실적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자회사 종근당건강의 신제품 마케팅비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종근당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4%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유한양행도 최근 신한은행·KTB산업은행 등과 체결한 총 1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2023년 7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1250억원, KTB산업은행이 250억원 규모다. 유한양행의 1년 전 주가는 6만원 안팎이었다. 이후 5만4000원~6만5000원 안팎을 오르내렸으나, 큰 폭의 하락을 겪지는 않았다. 최근 주가는 5만7000~5만8000원대로 1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메디톡스는 최근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4만1771주를 장내에서 직접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취득예정금액은 49억9998만원이며, 취득 예상기간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11월 15일까지 3개월이다. 메디톡스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10~11월, 올해 2~3월, 6~7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각각 49억원, 55억원, 4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약 10개월 새 사들인 자사주의 규모는 200억원에 이른다. 메디톡스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지난 1년 새 주가가 30%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메디톡스의 주가는 지난해 8월 중순만 해도 18만원을 웃돌았으나, 현재 12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6월에는 10만원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계열사 합병 추진 이슈로 주가에 민감한 셀트리온은 올해 1월(54만7946주), 2월(50만7937주), 7월(50만 주) 등 세 차례에 걸쳐 155만5883주, 금액으로는 253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셀트리온 역시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자사주 매입 사유로 밝혔다.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였다. 1년 전 25~30만 원 수준이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올해 5월 14만원대까지 떨어졌으나, 회사 측의 꾸준한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최근 20만원대까지 회복했다. 주가 하락 원인은 명확히 분석되지 않고 있는데, 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 영업이익 감소, 잦은 공매도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50억원 규모), 휴젤(500억원 규모) 등 다수 제약사가 금융기관에 자사주 매입을 신탁하며 주사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오너가 “하락장은 지분 확대 적기”

반면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는 올해 오너 2세들이 싸게 자사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제약사들도 있다. 올해처럼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을 때 싸게 자기 회사의 주식 매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약계 일부 오너 일가가 주식 하락장을 기회로 직접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 또는 배당 등을 통해 지분을 늘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식 하락장이 오너 일가의 지분을 늘리는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대한약품의 오너 2세 이승영 부사장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12차례에 걸쳐 대한약품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4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주당 2만7000원~2만8000원 등 자사 주식을 '헐값'에 살 수 있었다. 같은 해 4월 주가 고점(4만5850원)에 비해 40%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이승영 부사장의 지분율은 6.15%로(7월 7일 현재), 부친 이윤우 사장(20.74%, 3월 31일 현재)에 이어 2대 주주로 등극해 후계 구도를 굳히고 있다. 신일제약의 오너 2세 홍재현 사장도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13차례에 걸쳐 신일제약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다. 2020년 7월 23일 5만5130원까지 폭등했던 주가가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며 크게 떨어져, 올해 들어 주당 7500원∼1만원 규모로 저가에 매입할 수 있었다. 이는 지분 승계에 따른 매입비용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홍 사장은 주식배당, 장내매수를 통해 최근 지분율을 9.97%까지 늘려 부친인 창업주 홍성소 회장(지분율 16.66%, 3월 31일 기준)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흔들림 없는 후계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대화제약의 2세 김은석 사장은 올들어 5차례 걸쳐 대화제약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연초 0.81%에서 최근 0.85%까지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주가 부진 현상도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오너 2세의 저가 지분 확대는 관점에 따라 좋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흔들리는 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시각에서 보면 책임경영 강화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